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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北 "백두산 등에 카지노 추진"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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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와 북한 측이 금강산댐 물을 남한에 보내 식수로 사용하고 북한의 다섯 곳에 카지노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음이 밝혀졌다. 30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현대와 북한 간의 '대북 경제협력 합의서'(2000년 8월 체결)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현대 측은 최근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에 이를 제출했다.

합의서는 첫머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접견한 석상에서 허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명시,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북한의 '개방 청사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측은 30일 "며칠 내로 평양에서 북한 측과 사업별 전문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안에 가시적인 사업 추진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사업들이 교류협력 사업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현대가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비현실적인 구상"이라고 반응했다.

◇북한 땅 다섯 곳에 카지노=금강산 지구의 해상호텔과 금강산여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기로 명시했다. 백두산.묘향산.칠보산, 그리고 개성 공단에도 만든다. 이들 중 주요 단지에는 골프장.스키장도 함께 조성해 종합 휴양지구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의 고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 등은 지난해 2월 카지노 투자 유치 협의를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2박3일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댐 물을 남한 식수로=2000년 5월 금강산댐 물을 남한에 공급하기로 1차 합의했다. '금강산 저수지 물의 평화적 이용을 통한 북남 경제협력과 민족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현대가 금강산 저수지와 남측 사이에 송수관을 연결하여 30년 이상 물을 남측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그해 8월 최종 합의에서는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가 금강산 저수지를 증.개축한다'고 명시했다.

현대 측은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컨설팅한 결과 그곳의 수질이 식수원으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2010년께 남한의 식수난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천 비행장 건설=금강산 북쪽인 통천에 2백50석 규모의 중형기 3대가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3천평 규모로 건설하기로 했다. 남한 민항기의 취항이 주 목적이다. 향후 외국 국적기와 북한 국내선용으로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활주로 길이 2.4㎞에 연간 수용 인원은 30만명. 이 비행장을 통해 북한에 들어오는 남한 및 외국 관광객과 물자에 대한 신속한 출입과 통관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았다.

비행장의 설계.건설.운영 및 관리 등은 현대에 일임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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