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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BBC 시청료폐지, 공영방송의 종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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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BBC 런던 사옥. 연합뉴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 BBC 런던 사옥. 연합뉴스,

1. 영국 정부가 BBC 시청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ail on Sunday가 16일 보도했습니다. 시청료를 2년간 동결하고, 2027년말 폐지하겠다고..도리스 문화부장관이 같은 취지의 트윗을 날렸습니다.
BBC는 전세계 공영방송의 효시이자 교과서입니다. 그래서 BBC 시청료폐지는 ‘공영방송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빅뉴스로 주목됩니다.

2. 보수당 정권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첫째, 보수정권은 ‘BBC가 좌파’라고 비난합니다.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입니다. BBC가 현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 봉쇄규정을 어기고 술파티를 벌인 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해왔습니다.
물론 야당(노동당)은 BBC를 ‘우파 엘리트주의’라고 비판합니다. BBC는 양쪽 정파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는 셈입니다.

3. 둘째, 보수정권은 ‘시청료는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BBC로선 아픈 대목입니다. 100년간 영국을 대표해온 공영 독점 BBC가 디지털시대를 맞아 전방위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채널이 무한대로 많아지고, 국경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젊은 시청자들을 유튜브(PewDiePie)와 OTT(Netflix)에 뺏겼습니다.
도리스 장관이 ‘BBC는 직면한 현실문제에 대응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유튜브나 OTT와 경쟁해 살아남아야한다는 주장입니다.

4. BBC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아직 상당하기에..보수정권의 시청료폐지가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가 직면한 현실은 한국의 공영방송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첫째, 정치적 측면. 한국의 공영방송 KBS와 MBC는..BBC와 달리 정권에 비판적이지 못합니다.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여왔습니다.

5. 특히 MBC는 애매한 공영방송입니다.
원래는 민간방송이었는데..1980년 전두환 군부정권이 강제로 빼앗아 공영으로 만들었습니다. 전두환을 비판해온 역대정권 누구도 MBC와 관련해선 ‘5공청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6. 그결과 MBC는 정권교체에 민감한 방송, 정파성이 강한 언론이 되었습니다.
친정부 유튜브(서울의소리)가 ‘김건희 녹취록’을 MBC에 넘겨준 것도 이런 정파성을 감안했을 겁니다. ‘검언유착’이란 조작보도를 하면서 채널A기자를 함정에 빠트리고 몰래카메라를 들이댄 것도 MBC입니다.

7. 둘째, 방송산업 측면. 한국방송은 BBC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디지털에 뒤쳐져 있습니다.
BBC는 20년 전부터 뉴미디어에 적극 대응해왔습니다. 디지털전환도 빨랐고, 제작능력도 뛰어나고, 디지털 유통과 판매도 탄탄합니다. 노하우를 영국내 민간 미디어들과 공유하는 공적 기능 역시 상당합니다.

8. 한국의 방송은 아직 공영방송에 못미치는 정권방송 수준인데..BBC는 벌써 공영방송 시대를 마감하려 합니다.
KBS와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개혁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1987년 이후 논의는 충분했고 해법은 뻔합니다. 문제는..정권만 잡으면 방송을 전리품 취급해온 정치권력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