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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는’ 항공 마일리지, 쓸 데 생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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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의 여객기. 해외 여행 수요가 막혀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곳이 줄자 항공사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대기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의 여객기. 해외 여행 수요가 막혀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곳이 줄자 항공사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항공사가 오프라인 마일리지 사용처를 경쟁하듯 늘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항공 마일리지를 소비할 곳이 사라진 고객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시장 폭발에 대비해 진성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상품 구매 시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13일 밝혔다. 자사 스카이패스(SKYPASS) 회원이 대상이다. 스카이패스 회원은 전국 오프라인 이마트 매장에서 7만원 이상 결제할 때 3000원당 1마일을 적립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현금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쇼핑 전에 1400마일을 차감해 바우처를 발급받은 후 계산 시 점원에게 제시하면 된다. 바우처를 제시하면 결제 금액에서 1만원을 할인받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바우처는 7만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으며 하루 한번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 마일리지 사용처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네이버와 손잡은 대한항공은 600마일을 차감하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1개월 이용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퇴역한 항공기에서 나온 두랄루민 소재로 만든 한정판 네임 택과 볼 마커를 마일리지 몰에서 판매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마일리지 항공권 사용에 특히 어려움이 있어 서비스 및 사용처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항공 마일리지 사용처

늘어나는 항공 마일리지 사용처

대형마트와 손잡고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건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는 2016년 이마트와 제휴를 맺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7만원 이상 구매 시 영수증 1매 기준으로 3000원당 1마일을 적립할 수 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경우에는 2800마일을 차감하면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8월 한 달간은 한시적으로 마일리지 사용 몰에서 TV와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을 포함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제휴 상품을 올해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항공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많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마일리지 적립은 어렵지만 일상에서 쓸만한 곳이 없다”(50대 직장인 곽모씨)는 게 불만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더해 2020년 항공사가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면서 고객 불만이 줄을 이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거나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고객이 많은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기존보다 마일리지를 더 많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제도 개편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마일리지 제도 개악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여행이 가능해질 경우 다시금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

항공 마일리지를 포함한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항공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및 통신사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마일리지와 포인트 유효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매년 발행되는 포인트와 마일리지는 약 4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약 3000억원이 기한 만료로 소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정에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글로벌 항공사와 비교해 긴 편이다. 국내 양대 항공사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0년이다. 일본항공(JAL), 에미레이트항공과 싱가포르항공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3년이며,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8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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