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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의혹' 제보자 숨진 모텔방, 유서도 침입 흔적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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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던 이모(55)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외부 침입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12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11일 오후 8시 35분쯤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에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주말부터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이씨의 유가족은 이날 고인의 빈소에서 “신고 사흘 전부터 이씨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7일 마지막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가족은 지난 11일 이씨를 실종 신고했고, 같은 날 오후 모텔 직원이 이씨가 묵던 방에서 이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모텔 직원은 취재진에게 “어제(11일) 방 문을 두드려 보니 인기척이 없었다”며 “(문을 열었더니) 이씨가 가만히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근 이씨가 머문 호실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은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모텔 직원들에 따르면 발견 당시 현장에 혈흔은 없었다. 객실 내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 사망 추정 시각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녹취록을 최초로 제보했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이날 이모씨가 숨진 서울 양천구 모텔의 모습.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녹취록을 최초로 제보했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이날 이모씨가 숨진 서울 양천구 모텔의 모습. [뉴스1]

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모텔에 투숙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모텔 직원은 “이씨가 1월 투숙비 중 절반을 미리 지급했다”고 했다. 이씨의 유족 측은 “사업차 서울에 와 모텔에 숙소를 잡은 것”이라며 “경남 마산에 본가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생전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설에 대해 유족 측은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고 일축했다.

이씨는 이재명 후보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20억원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녹취록을 친문 성향 원외 정당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에 제보한 당사자다.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이를 토대로 이재명 후보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관련 이씨를 지난해 11월 초 참고인 조사했다”며 “수사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12일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모습. 함민정 기자

12일 이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모습. 함민정 기자

한편 이씨의 빈소는 모텔 인근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들은 빈소에서 흐느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빈소에는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보낸 근조기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보낸 조화가 도착했다. 이를 이씨의 지인이 빈소 바깥으로 옮기자 한 남성이 “유족도 아닌데 권한이 있냐”고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족 동의로 대리인으로 나섰다는 이씨의 지인 백모 씨는 이날 빈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인은 생전에 정의롭고 유쾌한 분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공개한 공익제보자로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이 (이 후보 측으로부터) 고소·고발 압력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고 한 것을 두고도 “유감을 표한다” “사람이 죽었으면 애도를 표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씨는 이씨의 사인이 극단적 선택이나 지병 등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최근 심장이 안 좋고 당뇨가 있어서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병이나 최근에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거나 이런 일은 없었다”며 “당뇨를 진단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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