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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절반, 美 대다수 코로나 감염"…WHO·FDA 잇따른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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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에서 의료진이 차량 운전자의 검체 채취를 위해 면봉을 들고 다가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에서 의료진이 차량 운전자의 검체 채취를 위해 면봉을 들고 다가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리게 될 것이며, 풍토병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강한 전파력 대비 약한 증상으로 풍토병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낙관론에 대해 전문가들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美 FDA "대다수가 코로나 걸릴 것"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은 이날 미국 상원의 청문회에 출석해 “결국 대다수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된다(for most people, an infection)”며 “지금 우리는 의료 시스템과 교통 등 필수 서비스가 멈추지 않고 원활하게 가동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WP는 “우드콕의 예측은 미국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내용이 아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일 하루 신규확진자가 141만7000여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존슨홉킨스대학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5만4200명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들 가운데 98.3%가 오미크론 감염인 것으로 추정했다. 더타임스가 공개한 모델링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미국에서 매일 100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재닛 우스콕 FDA 국장 대행. [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우스콕 FDA 국장 대행.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6~8주안에 50% 오미크론 감염" 

우드콕의 발언은 유럽 내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WHO의 경고 직후 나왔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국장은 “올해 첫 주에만 유럽 전역에 신규 확진자가 700만 명 발생했고, 감염자 수는 2주 만에 2배 증가했다”며 “이 속도대로면 전체 유럽 인구의 50%가 6~8주 내에 오미크론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오미크론이 더 빠르게 확산되는데, 최근 오미크론이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퍼져나가고 있어 감염 양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클루게 국장은 “덴마크에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감염자의 입원율이 접종 완료자에 비해 6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은 코로나19가 감기와 같은 풍토병으로 바뀌는 신호”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오미크론 출현으로)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전체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독감처럼 다루면 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스페인 가정의학회도 “무증상·경증 확진자에 대한 검사나 격리를 지속할 여력이 없다”며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그는 지난 10일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그는 지난 10일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코로나는 교활한 바이러스…풍토병 전환 아직 요원" 

하지만 WHO의 유럽지역 선임비상계획관은 “코로나19를 풍토병이라 부를 지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여전히 엄청난 불확실성을 갖고 빠르게 진화 중인 바이러스”라며“풍토병 전환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코로나19는) 우리가 지난 100년 간 거의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형태로, 매우 교활한(wily) 바이러스”라면서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델타에 이어 지금의 오미크론까지 모든 사람을 속여왔다”고 말했다.

글래스고대 바이러스 연구센터 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버트슨 교수는 “코로나19가 결국 풍토병이 될 것이라거나, 변이가 거듭될수록 증상이 점점 경미해질 거란 주장은 모두 근거없는 오류”라고 경고했다. 1918년 스페인독감, 2008년 돼지독감처럼 증상이 경미한 쪽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에볼라처럼 진화할수록 더 위험해지는 바이러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로버트슨 교수는 “바이러스의 목표는 단지 지속적으로 많은 감염을 일으키는 것뿐이며, ‘사상자를 내지 않는 것’은 바이러스 진화 방향과 무관한 일”이라면서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진화의 끝이라는 가정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된다 해도 증상이 경미해진다는 뜻은 아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리즈대학의 스티븐 그리핀 바이러스학과 부교수는 “소아마비·천연두·말라리아도 풍토병에 속한다. 홍역과 볼거리는 풍토병이지만 백신을 접종해야 예방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된다고 해서 결코 ‘이빨이 뽑힐 것(힘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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