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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도 韓전문가도 "올해 코로나 종식"…단 한가지 조건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대구 중구 시청네거리 횡단보도에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4일 대구 중구 시청네거리 횡단보도에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자 국내 전문가 상당수도 동의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잘하면코로나19의 큰불이 올해 꺼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너무 성급한 분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WHO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유행이 3년째에 접어든 올해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목표대로 전진한다면 2022년 말에는 다시 모임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염병을 끝내기 위한 모든 수단과 자원, 근거를 확보했다"며 "2년 만에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잘 알게 됐다. 우리는 증명된 전염 통제 수단을 가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그동안 WHO가 코로나19의 앞날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전망은 의미 있다. 희망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테워드로스 총장은 분명한 단서를 달았다. 세계 백신 접종률 70% 달성이다. 올해 중반, 즉 7월 초까지 달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백신 불평등'을 깨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WHO는 지난해 말까지 백신 접종 완료율 40%를 목표로 잡았지만 194개 회원국 중 92개국이 미달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2021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도구가 생겼지만 일부 국가의 사재기로 형평성이 무너졌다"며 "이는 오미크론 변이 출현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평등이 오래 지속하면 바이러스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할 위험이 커진다"며 "불평등을 없애야 전염병이 종식된다. 백신 확보 경쟁의 편협한 민족주의 정책을 내려놓고 연대를 할 경우에 (종식이)가능하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총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접종률 70%에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의료계 종사자 등 감염에 취약한 집단이 포함돼야 한다"라며 "그래야 입원과 사망을 최소화하고 팬데믹의 급성기(the acute phase of pandemic)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 "올해 중반에 세계 접종률 70%를 달성하면 올해 끝날 희망이 보인다는 WHO의 전망에 동의한다"며 "WHO의 근거는 네 가지다. 바이러스에 많이 알게 됐고, 각 국가와 시민이 대처법을 알고 있으며, 치료제·백신이 있고, 많은 나라의 접종률이 상당히 올랐다는 점"이라며 "지금 백신 수급량으로 보건대 70%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WHO가 팬데믹의 급성기가 지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큰 고비나 큰불이 잡힐 것이라는 의미이다. 나도 동의한다"며 "오미크론이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WHO 전망대로 가면 가을에 계절독감 백신 맞듯 꼭 필요한 사람만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최재욱(예방의학) 교수도 WHO 전망에 동의했다. 최 교수는 "백신 접종, 치료제 공급,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이 잘 되면 하반기에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엔데믹(풍토병)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해도 치명률이 0.2%를 유지한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독감 수준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었고, 잘 버티면 더 확실하게 진입한다는 징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예방의학) 교수는 "한국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돼도 마스크 착용 덕분에 유럽처럼 전파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의 3분의 1 이하인 점, 60세 이상 높은 부스터샷 접종률, 경구용 치료제, 여름철 도래 등을 고려하면 뉴노멀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환기장치 설치를 지원하고, 마스크 잘 쓰고, 식당 면적당 인원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예방의학) 교수는 "오미크론이 나와서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다. 자연감염에다 백신 접종이 더해지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펜데믹이 없어지고 계절 호흡기 감염병 같은 풍토병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한국에도 오미크론이 곧 우세종이 될 테고, 이에 대비해 방역 계획을 짜야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각국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 세계 각국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러나 WHO의 발표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한림대 의대 김동현(예방의학) 교수는 "테워드로스 총장의 말은 모든 나라의 접종률을 70%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있다"며 "국가별 백신 불평등을 해결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데, 이를 해결할 국제적 이니셔티브(추진동력)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각국이 보건 안보 시각에서 입국 문을 걸어 잠그는 식으로 자국 중심주의로 흘러가니까 테워드로스 총장이 국제 연대를 강조한 것"이라며 "한국도 국제연대로 나아가는 기반을 닦아야 국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아공은 경우 자연감염에다 백신 접종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확산세가 줄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이런 식으로 엔데믹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변수는 백신 접종이 낮은 나라인데, 여기서 제2의 오미크론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건 또 다른 도전이다. 확산 억제와 피해 최소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감염내과) 교수도 "제일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마스크를 쓰되 다른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WHO의 전망이)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하루에 10만명, 20만명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정리된다는 것"이라며 "독감 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 가려면 몇 년 더 지나야 한다. 지속기간이 길고 면역력이 높은 좀 더 효과적인 백신이 나와야 하고, 항바이러스제(치료약)도 부작용이 적고 누구에게나 투여할 수 있는 상황이 돼야 독감처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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