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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창피해" 우는 딸에 독하게 변기 닦았다…청소부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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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중 화장실은 유난히 청결을 중시한다. 사진은 도쿄 요요기공원의 투명화장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공중 화장실은 유난히 청결을 중시한다. 사진은 도쿄 요요기공원의 투명화장실. 로이터=연합뉴스

“아빠 직업이 화장실 청소부라고 애들이 놀렸어. 창피해.”
일본 도쿄(東京) 근교 오쿠타마(奥多摩)에 사는 평범한 가장 오오이 토모유키(大井朋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12살 딸 레논이 지난해 여름,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이렇게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오오이 씨는 결심했다고 한다.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로. 아사히(朝日)신문이 11일 소개한 오오이 씨는 오쿠타마의 기차역 청소 노동자다.

오쿠타마는 도쿄 근교의 계곡 유원지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기차역 화장실의 청결함이 또다른 지역 명물이 됐다고 한다. 오오이 씨의 결심 덕이다.

오오이 씨는 아사히에 “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화장실과 관련한 ‘더럽다, 악취가 난다, 촌스럽다’ 이런 이미지를 전부 뒤엎어버리자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뷰 사진을 위해 오오이 씨는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바닥은 공중화장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다. 5성 호텔 화장실처럼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다.

‘반짝반짝’은 오오이 씨의 청소 모토이기도 하다. 아예 본인이 직접 나서서 노래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노래 제목은 ‘OPT’인데 우리말로 풀어 말하면 “오쿠타마역(O) 반짝반짝(피카피카, P) 화장실(토일렛, T)’의 약자다. 매일 아침 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원칙이 있다. 변기부터 세면대까지, 전부 스폰지로 직접 손으로 닦아낸다는 것. 화장실 청소를 위해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도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도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화장실 청소에 대해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오이 씨(오른쪽 빨간 장화)와 동료들이 자신들의 체험 삶의 현장에 벌렁 드러누워 사진 촬영에 응했다. [朝日新聞, https://www.asahi.com/articles/ASQ1874L8PDKUTIL040.html]

오오이 씨(오른쪽 빨간 장화)와 동료들이 자신들의 체험 삶의 현장에 벌렁 드러누워 사진 촬영에 응했다. [朝日新聞, https://www.asahi.com/articles/ASQ1874L8PDKUTIL040.html]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오이 씨는 아사히에 “처음엔 저도 변기 속에 손을 집어넣는 다는 게 끔찍했다”며 “그런데 생각을 바꾸고 나니 더러운 것을 깨끗이 내 손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를 워낙 깔끔하게 하다보니 손님들도 더 조심해서 사용하는 선순환의 결실까지 거뒀다고 한다.

이쯤되자 오오이 씨 팀이 청소하는 화장실은 유독 깔끔하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에서 시작해 오쿠타마 지방정부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혔을 정도다. 더 기뻤던 일은 오오이 씨의 큰딸 레논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우리 마을의 모범 사례’로 지정해 학교 학생들이 견학을 왔던 것. 딸에게 아버지의 직업은 이제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거리가 됐다

오오이 씨는 아사히에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화장실 청소잖아요. 이왕 하는 거, 나는 나라에서 제일 멋있는 화장실 청소부가 되어 보이겠다고 생각했죠. 반짝반짝한 화장실을 넘어서, 너무도 쾌적한 나머지 심호흡까지 하고 싶은 화장실을 만들어나가자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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