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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혀 내두른 배꼽착륙 해냈다…F-35 살린 조종사의 기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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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동체착륙 

“F-35는 착륙이 너무 빠르다. F-16이나 F-18, F-111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호주 공군 조종사 출신인 피터 레이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 방문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동체착륙한 사건에 개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중앙포토

공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중앙포토

일반 착륙도 쉽지 않은데 동체착륙을 한 F-35A 조종사는 다친 데 하나 없이 걸어 나왔다. 동체착륙은 착륙장치인 랜딩 기어를 고장 등 이유로 내리지 않고 하는 비상착륙이다. 배꼽착륙이라기도 부른다. 영어론 belly landing, 복부착륙이다.

동체착륙을 하다 자칫 뒤집히거나 기울어질 수 있다. 이는 심한 손상이나 화재로 이어진다. 조종사가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

그런데도 4일 동체 착륙 후 F-35A 기체는 일부 망가졌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다고 한다.

외신도 혀를 내두르는 조종술이다. 그 주인공은 배모 공군 소령이다. 총 비행시간이 1600시간 넘는 배 소령은 교관급 조종사다.

당시 배 소령이 얼마나 침착하게 대처했는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옥철 공군 참모차장을 상대로 한 현안질의에서 나왔다. 질의와 답변 내용을 재구성한 동체착륙 상황은 아래와 같다.

4일 오전 11시 45분쯤 F-35A를 조종하던 배 소령은 갑자기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계기판을 점검하니 조종간과 엔진만 정상이었다. 나머지 모든 장비는 작동하지 않았다. 통신마저 두절됐다.

F-35A는 탑재된 모든 센서의 정보가 하나로 융합 처리된다. 항공전자계통 이상이 발생하면서 랜딩기어(착륙장치)를 포함한 사실상 모든 전자계통 장비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배 소령은 백업(보조) 통신으로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하겠다”고 보고했다.

F-35A의 기지는 청주다. 당시 서산기지가 가장 가까운 기지였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서산기지는 바닷가에 붙어 있는 데다 도시와 가까운 청주기지와 달리 인적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배 소령에게 공급되는 산소도 끊겼다. 산소는 고도 8000피트(2.4㎞) 이하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행히 당시 임무 고도가 8000피트였다.

배 소령은 두 눈으로 해안선을 보면서 비행했다. 항법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데다, 만일 전투기가 추락한다면 내륙에 떨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동체착륙은 어려운 기술이다.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야 한다. 마찰열로 붙이 붙어 기체가 폭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도록 해야 한다. 착륙 후 정확히 동체를 활주로 중앙에 접지해야 한다. 잘못하면 활주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서산기지의 재빠른 대응도 한몫했다. 기지 활주로에 소방차를 동원해 특수 거품을 뿌렸다. 이렇게 하면 동체와 활주로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또 소방차와 구급차가 대기했다.

배 소령은 12시 51분 동체착륙으로 무사히 내렸다. 이후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멀쩡한 상태였다. 신옥철 차장은 “조종사(배 소령)가 교관 자격이 있고, 비행 스킬이 높은 편”이라며 “정신상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F-35A의 동체 아래 일부가 망가졌고, 항공기 내부는 현재 정밀조사 중이다.

배 소령에 대해 김병주 의원은 “조종사의 능력과 군인정신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2012년 동체착륙한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 미 공군

2012년 동체착륙한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 미 공군

일각에선 배 소령이 기체를 포기하고 비상탈출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동안 공군 조종사들이 땅이 좁은 국토에서 기체가 떨어져 자칫 민간피해가 일어날까 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소중한 생명을 조국에 바쳤다.

이를 안타까워했기 때문에 개진한 주장이다.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F-35의 사고 사례가 5번 있었는데, 모두 조종사가 비상탈출했다. 동체착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형철 전 차장은 “배 소령이 동체 착륙을 판단했고,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배 소령의 판단이 제일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형철 전 차장은 “동체착륙은 매뉴얼로만 배울 수 있고, 훈련 없이 실제 상황에서만 발휘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배 소령이 자신의 조종술을 믿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이튼 방문연구원도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안 한 건 놀랍다”면서도 “분명히 그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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