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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문제 해법 내놓는 후보, 당·정치 성향 상관없이 찍어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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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호 09면

[SPECIAL REPORT]
대선 D-60, 사활 건 진검승부 

“당장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걱정인데 다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네, 정말.”

지난 2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에서 10년째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이명숙(66)씨는 ‘대선후보 중 누구에게 마음이 가느냐’는 질문을 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너무 안 좋다”며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당이든, 정치 성향이든 상관없이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하루 손님이 열 명 안팎으로 줄어든 조그만 가게에서 월 15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 지원금을 준다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임대료부터 좀 낮춰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인천시 남동구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민생고부터 해결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인천은 그동안 ‘대선 풍향계’로 꼽혀 왔다. 실제로 1987년 13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일곱 번의 대선 승자와 인천의 승자가 늘 일치했다. 특히 인천시 남동구 개표 결과는 인천의 10개 구·군 중에서도 대선 결과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19대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의 전국 득표율과 남동구 득표율은 0.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대선 때마다 정치권에서 “인천 민심이 곧 천심”이란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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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인천 유권자들의 출신 지역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도 인천이 ‘전국 표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요인 중 하나다. 더욱이 남동구의 경우 인천광역시청이 옮겨온 뒤 새로운 행정 중심지로 떠오른 구월동부터 남동공단이 자리 잡은 고잔동, 농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남촌동 등 산업별·계층별·연령별로 그 어느 기초자치단체보다 다양한 관내 분포를 보이고 있어 선거 국면이 출렁일 때마다 표심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혀 왔다.

남동구에서 7년째 공단에 다니고 있는 서민철(54)씨도 최근 급격히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아줄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서씨는 “대선후보라는 사람들이 지금 계란 한 판이 얼마인지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다”며 “소득은 갈수록 주는데 장바구니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으니 대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전년도 100 기준)으로 2020년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상승률이 4.0%를 기록했던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요즘 아이들을 위해 고기를 살 때도 몇 번을 망설이게 된다는 서씨는 “이번엔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라는데 사람도 잘 모르겠다”며 “거대 담론보다는 우리 같은 서민들 밥상머리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는 후보를 고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망설이고 있다는 유권자들도 적잖았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최명진(44)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추진력은 있는 것 같은데 왠지 신뢰가 가지 않아 걱정”이라며 대장동 의혹과 형수·아들 등 가족 논란을 예로 들었다. 반면 이 후보의 최근 정책 행보에 점수를 주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래내시장에서 7년째 이삿짐센터를 운영해 왔다는 김영우(36)씨는 “그래도 줄 때는 확실하게 지원금도 주려는 이 후보에게 마음이 더 가더라”며 “도덕성 문제가 거기서 거기라면 이왕이면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에 대한 바람도 만만찮았다. 대학생 최수미(24·남동구 논현동)씨는 “현 정부가 부동산 문제 등을 다루는 걸 보면 2030세대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며 “같은 당이 정권을 잡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 같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윤 후보의 최근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회사원 김민수(48)씨는 “윤 후보에게 우호적이지만 잇단 실언이나 당내 리더십 등을 보면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남은 두 달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본 뒤 최종 후보를 선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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