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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변호사법 위반' 직접수사" 100일 만에 말 바꾼 檢

중앙일보

입력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 6일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분리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뇌물죄(사후수뢰 혐의) 관련 부분은 계속 수사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이 같은 조치는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00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 24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직접 수사하도록 지휘했다”고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도 사건을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에 배당하면서 “고발장에 쓰인 주된 혐의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이는 경제범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00일 동안 검토한 끝에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권순일 전 대법관. 뉴스1

권순일 전 대법관. 뉴스1

권 전 대법관은 퇴임 두 달 전인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당시 무죄 취지 파기환송(7대 5) 판결에 참여했다. 이후 퇴임 두 달 만인 그해 11월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했다. 여기서 변호사 등록없이 법률 자문을 하면서 월 1500만원을 받았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16일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고문 위촉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해명했지만, 법원행정처는 “화천대유는 자본금 10억원 이하 사기업으로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대상이 아니다. 권 전 대법관도 이와 관련한 취업 심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문엔 ‘화천대유’라는 단어가 3번 등장한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6·구속기소)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대법원을 총 9차례 방문하면서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8차례)로 적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판거래’ 의혹이 일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은 그를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권 전 대법관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폭로·주장한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 6명,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은 “그 회사(화천대유)와 관련된 최근 의혹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이 지난 6일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를 따로 떼어 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이 지난 6일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를 따로 떼어 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의 모습. 뉴스1

검찰의 이번 혐의 분리 이송 결정으로 권 전 대법관은 검·경 양쪽에서 동시에 수사를 받게 됐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실상 하나의 사건인데 적용될 수 있는 혐의가 여러 개란 이유로 복수의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도록 하는 건 피조사자 인권 보호에도 역행한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수차례 검·경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동생 김대성씨는 지난해 12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두 곳의 검찰 수사부서와 경찰, 성남도시개발공사 감사실까지 네 군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27일 권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이를 연거푸 기각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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