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퇴직연금, 이제 알아서 굴려준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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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서지명의 연금테크(25) 

올해 들어 바뀌는 연금제도가 있다. 퇴직연금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는 건데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에 가입 중인 직장인이라면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여기서 먼저 복습을 하자면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알아서 다 해주는 DB(확정급여)형과 내가 알아서 굴려야 하는 DC형이 있다. DB형은 퇴직하기 전 평균 임금에 근로기간을 곱해서 정산해 준다. 잘 굴려서 이익이 나도, 못 굴려서 손실이 나도 회사 책임이다. 내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DC형 가입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혹은 매월 내 퇴직금에 해당하는 만큼 떼 DC형 계좌로 넣어준다. 이 돈을 그냥 묵혀두면 내 손해다. 최소한 내 임금인상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스스로 내 퇴직금을 불려 나가는 방식이다.

DC형은 스스로 운용상품을 굴려야 하는 만큼 관심과 실행력이 필수다. 안타깝게도 직장생활에 치이다 보면 당장 쓸 수도 없는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기에 십상이다. 실제로 많은 돈이 예금 등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DC형의 실적배당형 투자비중은 2018년 15.9%, 2020년 16.7%, 21년 9월 20.9%까지 늘어났다. 반대로 생각하면 여전히 80%의 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있다는 의미다. 세액공제 등을 위해 개인이 따로 적립하는 IRP(개인형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실적배당형 상품 편입비중이 2018년 24.3%, 2020년 26.7%, 2021년 9월 기준 33.7%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원금보장형 비중이 높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디폴트옵션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사진 Myriam Jessier on Unsplash]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디폴트옵션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사진 Myriam Jessier on Unsplash]

디폴트옵션은 DC·IRP 가입자가 따로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전에 미리 정한 방법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이미 미국은 2006년, 영국은 2008년, 호주는 2013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한 논의 끝에 2019년 11월 디폴트옵션 도입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디폴트옵션으로 투자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장기투자에 적합한 TDF(타깃데이트펀드), 장기 가치상승 추구펀드, MMF(머니마켓펀드), 인프라펀드 등이다. TDF는 은퇴연령 등 투자목표시점에 따라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다. MMF는 RP(환매조건부채권) 등의 단기금융상품이나 국채 등에 투자하고, 인프라펀드는 국가 정책 등에 따른 사회기반시설사업에 투자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한 디폴트옵션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한다. 가입자는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디폴트옵션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이 제도는 이르면 6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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