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펀드도 와인처럼 빈티지가 있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5:00

[더,오래] 서지명의 연금테크(22)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TDF(타깃 데이트 펀드)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터다. 돈이 몰리고 있다길래 좀 찾아보니 이름이 영 길고 복잡하다. ‘oooTDF2040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불라불라, 어쩌고저쩌고’로 이어진다. 도대체 어떤 운명을 타고났기에 이렇게 긴 이름을 갖고 있을까. 한 번 따져보자.

일단 가장 앞에는 해당 TDF를 만든 자산운용사의 이름이 나온다. 미래에셋, 삼성, KB, 신한 등으로 2021년 6월 기준 총 14개의 자산운용사가 TDF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사 이름 뒤에는 각 운용사에서 만든 브랜드가 따라 붙는다. 미래에셋자산배분, 삼성한국형, KB온국민, 신한마음편한, 우리다같이, 한국투자알아서, 하나UBS행복한, 키움키워드림, 교보악사평생든든 등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마음편한, 다같이, 알아서, 행복한, 키워드림, 평생든든 등 유행처럼 한글 브랜드명을 쓴 게 눈에 띈다.

그 이후에는 4자리 숫자가 온다. 2025, 2035, 2040, 2045 등 목표로 하는 은퇴년도, 말 그대로 타깃 데이트다. 이 펀드의 성격을 가장 드러내는 장치다. TDF2040이라면 2040년 즈음을 은퇴 목표로 두고 있다는 말이다. TDF는 이 타깃 데이트를 두고 굴리는 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준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자산운용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목표 은퇴시기가 늦을수록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인데,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행여나 중간에 잠시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만회할 시간이 있다. 목표 은퇴시점이 늦은 펀드의 경우 공격적으로 자산을 굴리고 이르면 이를수록 채권형 자산 등 안정적 자산의 투자 비중이 높아진다.

금융회사에서는 이 목표시점을 빈티지라고도 부른다. 와인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빈티지라는 말을 들어봤을 텐데 와인의 재료가 되는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해를 뜻한다. 예컨대 풍작의 해에 양조한 와인의 경우 같은 품종이라도 더 높은 갚을 받기도 한다. 와인에서 빈티지는 태어난 해를 뜻한다면 TDF에서 빈티지는 은퇴하는 시점을 말하니 정반대의 개념이긴 하다. 펀드별로 수익률 등을 비교하려면 동일한 빈티지 내에서 하는 게 맞다.

가입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자산배분을 도와주는 TDF(타깃 데이트 펀드). 복잡하고 긴 이름부터 이해하면 투자에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가입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자산배분을 도와주는 TDF(타깃 데이트 펀드). 복잡하고 긴 이름부터 이해하면 투자에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숫자 다음에 오는 증권, 혼합자산은 투자 대상을 의미한다. 펀드의 투자대상은 증권(주식 및 채권), 부동산, 특별자산, 파생상품 등으로 분류하고 각 자산에 투자하는 비율에 따라 증권펀드,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등으로 나눈다. TDF 주로 증권에 투자하며 일부 혼합자산의 경우 말 그대로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뒤의 투자신탁은 펀드의 법적인 성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투자하는데 이를 법적으로 투자신탁이라고 표현한다. 이 중 그냥 투자신탁이 아닌 ‘자’투자신탁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모자(母子)형 펀드의 자(子)펀드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모자형 펀드는 자식 펀드가 엄마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인데 자펀드라는 말은 실제 투자하는 모펀드가 따로 있다는 의미다. 모자형태에서는 해당 운용사의 모펀드만 살 수 있다.

뒤에 따라오는 단어 중에 함께 이해하면 좋은 개념으로 재간접형이 있다. 펀드가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라고 해서 재간접 펀드(Fund of Funds)라고 부른다. 운용사가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에는 알파벳이 붙는다. 펀드에는 선취 판매수수료가 있는 A클래스, 후취수수료를 받는 B클래스, 선취 또는 후취수수료 없이 운영 기간에 보수를 받는 C클래스가 있다. TDF처럼 장기상품인 연금펀드는 모두 C클래스다. P는 연금전용 펀드라는 의미다. S클래스가 있는데 이건 한국포스증권 전용으로 한국포스증권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클래스 뒤에 붙는 e는 온라인 전용 상품이라는 의미다. 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밖에 H가 붙어 있으면 이는 환헤지가 되는 상품, UH면 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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