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IRP계좌, 모름지기 두개는 있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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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서지명의 연금테크(23)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때 1년 이상 근무했다면 퇴직금을 받는다. 이 퇴직금은 일반 계좌가 아닌 퇴직금 수령 전용 계좌인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로 받을 수 있다. 만약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만들어 둔 IRP 계좌가 있다면 그 계좌로 받으면 된다.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깨지 않고 유지할 자신이 있다면 계좌 1개면 충분하다. 인생이란 모르는 것.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돈이 이 퇴직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내 집 장면, 전세금 마련 등을 이유로 IRP 계좌를 깬다.

깰 때 깨더라고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있다. IRP 계좌를 퇴직금용과 추가납입금용으로 나눠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다. IRP는 부분인출이 안 된다. 500만원만 필요하다고 500만원만 뺄 수가 없다. 1000만원이 든 계좌 자체를 해지해야 한다.

이때 내야 하는 세금이 많다. IRP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다 꼬리표가 붙는데 퇴직금으로 받는 돈,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과 운용수익, 세액공제 받지 않은 자기부담금 등이다. 계좌를 해지할 때 돈의 성격별로 다른 세금을 내야 한다.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과 운용수익은 기타소득세(16.5%), 퇴직소득은 퇴직소득세를 물린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않은 돈은 세금부담 없이 해지할 수 있다. 이 돈이 모두 한 계좌에 들어있으면 부분인출이 어렵다 보니 손해 불구하고 무조건 전액 해지해야 한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손이 가는 퇴직금. IRP 계좌를 퇴직금용과 추가납입금용으로 나눠 별도로 관리하면 해지시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사진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손이 가는 퇴직금. IRP 계좌를 퇴직금용과 추가납입금용으로 나눠 별도로 관리하면 해지시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사진 Towfiqu barbhuiya on Unsplash]

IRP 계좌를 구분해 관리하면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하나의 계좌만 선택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세제상 불이익이 가장 낮은 계좌부터 선택적으로 해지하면 된다.

다만 금융회사당 1개의 IRP 계좌만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1개 금융회사에서 퇴직IPR, 적립IRP로 분류해 복수의 IRP 계좌를 만들 수 있었는데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바뀌면서 1사 1개가 원칙이다. 2개 이상의 IRP 계좌를 만들고 싶다면 서로 다른 금융회사에서 IRP 계좌를 만들면 된다.

연말을 앞두고 때마침 금융회사들이 IRP 가입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 IRP에서도 ETF 투자가 가능해지는 등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 IRP 계좌 안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수수료, 이벤트 혜택 등을 비교해보고 가입해두자.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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