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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홧김비용이라고? 살까말까 할 때는 사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90) 


『결제의 희열』
한재동 지음 / 눌와 / 1만2000원

결제의 희열

결제의 희열

내 카드 구매내역을 한 번 들여다보자. 나의 취향과 식성과 동선 등 내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늘 돈을 쓴다. 필요 때문에, 욕망에 의해, 소유를 위해서다. 우리는 살면서 구매내역을 남긴다. 무언가를 사는 순간은 떨리고 설렌다. 한 달 뒤에 깊은 심연으로 다가올지언정 결제의 순간에는 일말의 희열도 있다. 누군가는 소유의 기쁨은 잠시일 뿐, 경험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하지만 쇼핑의 주는 짧지만 강렬한 행복을 포기하기엔 이미 우린 그것을 너무 깊고 진하게 알아버렸다.

『결제의 희열』의 한재동 작가는 말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나는 사 모은 물건을 남겼노라고. 이 책은 그 쇼핑에 대한 이야기다. 중앙일보 [더,오래]에 연재되어 총 조회수 230만여 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결제의 순간을 모아놓고 보니 물건‘만’ 남은 건 아니었다. 거기엔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소한 물건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진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단하고 비싼 물건이 아니어도, 자신의 취향과 필요가 들어간 물건으로 주변을 채우면 매일의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예컨대 욕실의 수건을 호텔용 수건으로 바꾸는 거다. 누군가의 돌잔치, 결혼식, 행사 등에서 받아온 각양각색의 수건 대신 40수 이상의 도톰하고 왠지 있어 보이는 무채색 계열의 수건으로. 기왕이면 접을 때도 호텔에서처럼 돌돌 말아서 넣으면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은 더 풍요로워질지도 모르겠다.

쇼핑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정보를 모으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 그중에서도 가장 큰 만족감을 줄 물건을 고른다. 그리고 마침내 결제까지. 프랑스의 한 미식가는 “당신의 식탁을 보여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지금 사람들에겐 카드 결제내역을 보여달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시발비용이든 홧김비용이든 멍청비용이든 쓸쓸비용이든 우리가 돈을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제가 주는 희열만큼 자본주의 시대에 적합한 즉각적인 쾌락이 어디 있을까.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라! 세상의 모든 소비요정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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