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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월 개교 한전공대, 허허벌판에 건물 한 동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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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주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공사현장. [연합뉴스]

나주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공사현장. [연합뉴스]

대통령 공약이라며 대선 직전 무리한 개교  

10년 1조6000억원 천문학적 비용도 논란  

올 3월 개교하는 대학교의 교사(校舍)가 허허벌판에 건물 한 동뿐이라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바로 한전공대 이야기다. 총장과 교수, 직원 등은 사무 공간이 없어 인근 빌딩에 세를 얻어 일하고 있다. 이 와중에 3월 개강한다며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2025년까지 캠퍼스를 완공하겠다는데, 4년 내내 공사판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무슨 죄인가.

이런 상황에서 대선 직전 개교를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낙연 전 총리의 말처럼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역 숙원사업”(2018년 8월 국회)이며, “전남지사 공약이자 대통령 공약”(2021년 3월)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22년 개교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2019년 7월)고 약속했다.

결과는 어땠나. 한전공대 설립 과정에서 온갖 특혜 논란을 낳았다. 통상 대학 설립에는 기본계획 수립부터 설계·시공·인가 및 개교까지 6년 이상 걸린다. 고등교육법(4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교육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건물 한 동조차 착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4월 교육부가 법인 설립을 인가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당 주도로 지난해 3월 제정된 한전공대 특별법이다. 이 법에 따라 허허벌판인 상태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개교도 할 수 있게 됐다. 국회 법안 검토보고서는 “설립 특례를 부여해 신속히 개교토록 하는 게 법 제정의 취지”라며 “공공기관 설립 대학에 특수법인의 지위를 적용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원칙대로라면 내후년은 지나야 문을 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막대한 설립 비용도 논란이다. 한전공대에는 2031년까지 투자비 1조471억원, 운영비 5641억원이 들어간다. 교육부가 257개 대학에 지원하는 혁신사업 예산이 1조197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특정 대학 1곳에 지원하는 예산치곤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비용 대부분을 감당해야 할 한전의 재무 상황이 악화일로라는 점이다. 2017년 149.1%였던 한전의 부채비율은 2024년 234.2%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한전공대 운영비를 국민이 내는 전기료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기금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법령까지 개정했다.

결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생색은 대통령과 여당이 내고 부담은 국민이 떠안는 상황이 돼버렸다. 앞서 정부는 탈원전으로 커진 전기료 인상 압력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한전공대로 인한 비용 청구서까지 날아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반짝 생겨났다 재정 문제로 통폐합된 수도공대(한전)나 한국정보통신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