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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업 투자 살려야 일자리도, 성장도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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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 키워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 키워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기업의 기 살리는 ‘투자주도 성장’해야

과도한 규제 풀어야 증시도 오를 것

새해 재계 신년사의 키워드는 ‘변화’와 ‘도전’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는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해”라고 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위대한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생각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했다. ‘용기 있는 도전’을 거론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바람이 거셀수록 활시위를 더욱 강하게 당겨야 한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년사도 눈길을 끈다.

올해 경제는 온통 지뢰밭이다. 대내적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져 걱정이다. 세금 깎아주는 달콤한 정책만 연이어 발표되고, 세금을 더 거둬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는 대선후보는 찾기 힘들다. 선거가 끝나고 ‘진실의 순간’이 닥치면 누군가는 지갑을 열고 청구서를 떠안아야 한다. 임박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 부는 태풍의 방향을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가 바꾸기는 힘들다. 안전벨트를 매고 충분히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위기를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기업이었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지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강점이 빛을 발했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 덕분이라는 정부의 자화자찬은 거둘 때가 됐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기업이요, 경제를 키우는 것도 기업이다. 철저하게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민간 투자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고용과 소비도 늘어나는 투자주도 성장의 선순환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대기업 총수와 만나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인데,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공무원을 늘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무리하게 돌린 정책 실패부터 반성해야 한다. 노인과 청년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일자리는 좋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청와대에 기업인을 불러 일자리 창출을 독려한다고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같은 노동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최저임금의 획일적인 적용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어제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상승장을 의미하는 빨간 넥타이를 하고 증시 개장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임금은 최저임금을 인상해 억지로 올리는 게 아니라 경제가 살아나 자연스레 올라야 한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코스피 5000포인트를 기대한다는 덕담이나 공매도 추가 규제가 아니라, 기업이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 신나게 뛸 수 있어야 실적이 좋아지고 결국 주가에도 반영된다. 기업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야 후보 모두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