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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지율 폭락에 뒤늦게 호들갑 떠는 국민의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쇄신안 후속 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쇄신안 후속 대책을 논의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일정 중단, 선대위는 일괄 사의 표명

결국 윤 후보 책임 … 리더십 입증해야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어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만 빼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선대위가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사퇴했다. 새해 벽두 표심잡기에 바빠야 할 윤 후보는 일정을 중단하고 선대위를 다시 꾸려야 하는 처지다.

국민의힘의 선대위 개편 움직임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새해를 전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으로까지 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 등은 선대위 개편이 필요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경고음을 계속 울린 민심을 읽지 못하더니 국민의 회초리가 수치로 확인되고서야 부산을 떨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치르는 정당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내분을 보여 왔다. 이준석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의 행태를 들어 바깥으로 돈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울산 회동’으로 수습되는가 싶던 이 대표와 윤 후보 측 갈등은 18일 만에 재발했다. 선거의 한 축이어야 할 당 대표가 “정책 이해도나 토론에서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치면 어려운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제3자가 평론하듯 말하고 다닌다. 영입 때부터 이 대표가 반발한 신지예 새시대위 부위원장은 어제 사퇴하면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쯤 되면 여당으로부터 ‘난파선’이란 표현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에는 당 내분 외에도 윤 후보가 대국민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실언 논란을 반복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자신이 내세워 온 ‘공정’의 가치와 배치되는데도 윤 후보는 사과 과정에서 단호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당 내분과 관련해 이 대표는 물론이고 경선 경쟁자들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막판까지 경쟁한 이낙연 전 총리와 화합하는 모습과 대비돼 윤 후보의 리더십에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은데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를 스스로 까먹었다.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 상승에 취해 지지층의 우려조차 풀어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김종인 위원장은 “후보가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후보가 허수아비냐’는 반응이 나온 것처럼 써주는 대로 읽는 후보를 국민이 못 알아볼 것 같은가. 대선은 미래를 향한 경쟁이다. 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어야 하는지를 설득해 내지 못하면 선대위 개편도 소용이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권자를 경시하고, 오만에 빠진 세력은 국민이 응징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