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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자투리 천 잇고 솜 더하는 퀼트로 전하는 온기

중앙일보

입력

우리 조상들은 천이 귀하던 시절 옷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해 조각보를 만들었습니다. 색깔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천 조각을 모아 붙인 모습은 현대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와 비슷한 기법은 서양에도 있어요. 바로 퀼트(quilt)죠. 여러 종류의 천을 이어 붙여 생활용품을 만드는 바느질과 그렇게 탄생한 천을 뜻해요. 자투리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제작 방식 및 단순히 이어 붙이는 차원을 넘어 아름다운 생필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이 조각보와 퀼트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죠.

 결혼반지와 모양이 비슷해서 웨딩링이라 불리는 문양을 바느질한 퀼트 방석.

결혼반지와 모양이 비슷해서 웨딩링이라 불리는 문양을 바느질한 퀼트 방석.

퀼트를 통해 자투리 천 활용은 물론, 생활에 유용한 기본 바느질 기법까지 익히기 위해 송윤서 학생기자와 이한나 학생모델이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공방 하비라이크를 찾았어요. 최미진 대표를 따라 들어간 공방에는 카드 지갑부터 방석, 담요는 물론 방안을 장식할 수 있는 인형들까지 퀼트로 만든 다양한 소품이 가득했죠. "저희 같은 학생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나요?" 한나 학생모델이 최 대표에게 물었어요. "크기가 작은 소품은 초보자도 가능해요. 오늘 여러분은 겨울에 잘 어울리는 장식용 트리와 곰 인형, 티매트(컵받침)를 만들어 볼 거예요."

퀼트에 필요한 재료는 퀼트용 바늘과 실·자투리 천·가위·시침핀 그리고 수성펜이에요. "저는 퀼트가 처음인데 주의할 점이 있나요?" 윤서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아무래도 여러 천 조각을 잇는 작업이다 보니 꼼꼼하게 바느질하는 게 중요해요. 또 원단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는 작업도 필요하죠."(최) 천은 종류에 따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하기 전 물에 적셨다가 말려서 다림질 후 사용하면 추후 모양 변형을 줄일 수 있어요.

 퀼트용 바늘과 실, 자투리 천, 가위, 시침핀, 수성펜 등 퀼트에 필요한 재료를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퀼트용 바늘과 실, 자투리 천, 가위, 시침핀, 수성펜 등 퀼트에 필요한 재료를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먼저 장식용 소품부터 만들어볼까요. 윤서 학생기자가 트리를, 한나 학생모델이 곰돌이 인형을 만들기로 했어요. "사용하고 싶은 천을 두 장 고르고, 종이에서 오려둔 도안에 맞춰 천 안쪽에 수성펜으로 그림을 그리세요. 이때 도안 테두리에서 약 2cm 정도는 꿰매면 안 되는 부분으로 따로 표시해두세요. 이걸 창구멍이라고 해요. 천을 뒤집은 상태에서 바느질할 건데, 이게 끝나면 창구멍을 통해 천의 무늬가 보이는 바깥쪽으로 다시 뒤집어야 해요. 그러면 겉으로 봤을 때 바느질 자국이 안 보이겠죠?"(최)

도안 그리기 작업을 마쳤으면 천을 두 장을 뒷면이 밖으로 보이게 겹쳐서 시침핀을 여러 개 꽂아 고정합니다. 천이 움직이면 위치가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요. 시침핀은 사선이 아닌 일직선으로 꽂아야 손이 찔릴 염려가 적어요. 그리고 창구멍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촘촘히 실을 박아줍니다. 트리나 곰돌이 인형의 경우 안에 솜을 가득 넣어야 하므로 바늘을 이전 바늘땀 위치의 절반 정도까지 되돌려 꿰매는 기법인 되돌려박기로 바느질할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솜이 터져 나오지 않아요.

1. 퀼트 곰돌이 인형 만들기 첫 단계. 도안을 그린 천 두 장을 뒤집어서 겹친 뒤, 시침핀으로 고정하고 창구멍을 제외한 부분을 바느질한다.

1. 퀼트 곰돌이 인형 만들기 첫 단계. 도안을 그린 천 두 장을 뒤집어서 겹친 뒤, 시침핀으로 고정하고 창구멍을 제외한 부분을 바느질한다.

2. 바느질을 마친 천 두 장은 곰돌이 도안대로 잘라준다. 너무 바짝 자르지 않도록 도안 옆으로 7mm 정도 시접을 둔다.

2. 바느질을 마친 천 두 장은 곰돌이 도안대로 잘라준다. 너무 바짝 자르지 않도록 도안 옆으로 7mm 정도 시접을 둔다.

3. 창구멍을 통해 겉면을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는다.

3. 창구멍을 통해 겉면을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는다.

4. 곰 모양 천 안에 방울솜이 모서리까지 들어차도록 빵빵하게 넣고 창구멍을 공구르기로 막아주면 완성.

4. 곰 모양 천 안에 방울솜이 모서리까지 들어차도록 빵빵하게 넣고 창구멍을 공구르기로 막아주면 완성.

"바느질을 마친 두 장의 천은 도안 모양대로 자르는데요. 선 옆으로 7mm 정도 여유를 두세요. 이걸 시접이라고 해요. 도안 선에 너무 바짝 맞춰 자르면 바느질된 실을 잘라버릴 수도 있거든요." 난생처음 잡아보는 퀼트 바늘을 들고 고군분투하던 소중 학생기자단을 바라보던 최 대표가 웃으며 말했어요. 도안대로 자른 천은 굴곡이 있는 부분이나 뾰족한 부분의 시접에 가위질을 살짝 해줍니다. 이걸 가윗밥이라고 해요. 뒤집었을 때 형태가 좀 더 분명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모양을 잡아주는 것이죠.

"이제 거의 다 됐어요. 창구멍을 통해 천을 뒤집어서 겉면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안에는 콩알처럼 생긴 방울솜을 가득 채웁니다. 모서리까지 솜이 가득 찰 수 있도록 꽉꽉 밀어 넣으세요."(최) 창구멍은 실이 겉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바느질인 공그르기로 막는데요. 공그르기는 초보자가 하기에는 어려워서 최 대표가 재봉틀로 마무리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천을 바느질로 연결해 큰 면적의 겉면을 만드는 퀼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이불들.

여러 종류의 천을 바느질로 연결해 큰 면적의 겉면을 만드는 퀼트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이불들.

(맨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크기가 불규칙한 천을 연결한 크레이지 퀼트, 육각형 모양 원단을 이은 헥사곤 패치, 긴 직사각형 천을 연결한 일자패치로 만든 지갑들.

(맨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크기가 불규칙한 천을 연결한 크레이지 퀼트, 육각형 모양 원단을 이은 헥사곤 패치, 긴 직사각형 천을 연결한 일자패치로 만든 지갑들.

이어서 티매트를 만들 건데요. 그 전에 퀼트로 만든 작품의 기본 구조를 살펴봅시다.  퀼트는 보통 겉면과 솜, 안감의 삼층구조로 나뉘어요. 때론 솜을 빼고 겉면과 안감으로 구성하기도 하죠. 겉면이 바로 여러 천을 이어 만든 부분인데, 이렇게 여러 천 조각을 연결하는 걸 패치워크(patch work)라고 해요. 패치워크 과정을 마치면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가 탄생하는데, 이걸 블록(block)이라고 하죠.

우선 각자 다른 무늬의 천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으로 4장을 골라 뒷면에 수성펜으로 미리 재단해둔 정사각형 도안을 따라 그립니다. 그리고 시접을 7mm 정도 감안해서 도안대로 천을 자르면 정사각형 조각이 총 4개 나오죠. 각각 2개씩 짝을 지은 뒤, 뒤집어서 겉면끼리 서로 맞닿게 놓고 윗부분을 시침핀으로 고정합니다. 바느질로 이어 붙일 땐 되돌려박기 대신 손바느질의 가장 기본인 홈질을 해요. 바늘땀을 일정한 간격으로 위아래로 꿰매는 거죠. 티매트는 안에 솜을 빵빵하게 넣지 않기 때문에 홈질만 해도 충분해요.

1. 퀼트 티매트 만들기 첫 단계는 수성펜으로 천 안쪽에 도안을 그리는 것이다.

1. 퀼트 티매트 만들기 첫 단계는 수성펜으로 천 안쪽에 도안을 그리는 것이다.

2. 시접을 감안해 자른 천은 뒤집은 뒤 두 장씩 짝지어 시침핀으로 고정하고, 바느질로 이어 붙인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2. 시접을 감안해 자른 천은 뒤집은 뒤 두 장씩 짝지어 시침핀으로 고정하고, 바느질로 이어 붙인다.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3. 천을 모두 연결한 블록(겉면에 해당)을 만든 뒤, 사각형 솜·안감과 함께 창구멍을 제외한 부위를 바느질한다. 이후 블록 모양에 맞춰 사각형 솜과 안감을 잘라준다.

3. 천을 모두 연결한 블록(겉면에 해당)을 만든 뒤, 사각형 솜·안감과 함께 창구멍을 제외한 부위를 바느질한다. 이후 블록 모양에 맞춰 사각형 솜과 안감을 잘라준다.

4. 창구멍을 통해 티매트의 겉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은 뒤 다림질하고, 공구르기로 창구멍을 막으면 완성.

4. 창구멍을 통해 티매트의 겉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은 뒤 다림질하고, 공구르기로 창구멍을 막으면 완성.

"바느질이 도안에 맞춰 일정하게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장의 천을 앞뒤로 계속 살펴보면서 꿰매야 해요. 바느질하다 천이 주름지지 않게 중간중간 손으로 살살 펴는 것도 잊지 말고요."(최) 두 장의 천을 바느질로 연결하고 나면 하나의 긴 직사각형 형태가 됩니다.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면 총 두 개의 직사각형이 만들어지는데, 이들의 가로 부분을 연결해 큰 정사각형 형태의 블록으로 만들 거예요. 두 개의 직사각형을 천의 무늬가 있는 앞면이 서로 등을 맞대게 한 뒤, 시침핀으로 바느질할 부위를 고정해서 홈질을 해주세요. 이후 다시 펴면 티매트의 윗부분이 될 블록이 완성되죠. 이걸 바닥에 놓고 시접을 납작하게 눕혀서 다리미로 빳빳하게 다려줍니다.

티매트는 윗면에 해당하는 블록과 가운데 넣을 평평한 사각형 솜, 맨 아랫면에 해당하는 안감으로 구성돼요. 두 장의 천에 솜을 끼워 넣은 샌드위치 형태죠. 이런 형태로 만들려면 아까 트리·곰 인형 소품을 만들 때처럼 두 장의 천을 뒤집어서 바느질로 연결한 뒤 창구멍을 통해 뒤집어 겉면을 꺼내야 해요. 이번에는 솜도 함께 바느질한다는 점이 다르죠. "사각형 솜을 맨 아래쪽에 놓고, 중간에는 안감용 천을 겉면이 하늘을 바라보게 놓습니다. 그 위에 블록을 안쪽 면이 하늘을 바라보도록 올려주세요."(최)

퀼트는 여러 종류의 천을 바느질로 이어 붙이는 기법을 말한다. 자투리 천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천을 내 맘대로 조합해 개성 있는 소품을 만들 수 있다.

퀼트는 여러 종류의 천을 바느질로 이어 붙이는 기법을 말한다. 자투리 천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천을 내 맘대로 조합해 개성 있는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나머지 과정은 장식용 소품 만들 때와 동일해요. 시침핀으로 솜과 천의 위치를 고정한 뒤, 수성펜으로 창구멍을 표시하고, 창구멍의 오른쪽 끝부터 왼쪽 끝까지 홈질을 한 바퀴 해줍니다. 그리고 블록의 크기에 맞게 안감용 천과 사각솜을 자른 뒤, 솜만 한 번 더 바짝 다듬어 주세요. 솜이 블록과 면적이 같으면 뒤집었을 때 모양이 예쁘지 않거든요. 정사각형의 꼭짓점 4개에 해당하는 시접에는 가윗밥을 내줍니다. 뒤집었을 때 모서리 부분이 잘 살아나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창구멍을 통해 겉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한 뒤, 공그리기로 마무리하면 나만의 티매트가 탄생해요.

"퀼트는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바느질해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예쁘고 화려한 원단을 보면서 작업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저 역시 심리적 안정을 위해 퀼트를 취미로 배웠다가 그 매력에 빠져서 공방까지 운영하게 됐답니다. 바느질과 내 손으로 만든 생활용품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퀼트에 도전할 수 있어요." 최 대표의 말처럼 퀼트는 천 위에 한 땀 한 땀 늘려가는 바느질을 따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실력이 늘면 프랑스 자수 등 다른 바느질 기법과 혼용해서 응용도 가능하죠. 소재도 천과 솜을 주로 쓰기 때문에 추운 겨울 절로 손이 가는 소품을 만들기에 적합하고요. 이번 겨울 내 마음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퀼트에 한 번 도전해 볼까요?

송윤서(왼쪽) 학생기자와 이한나 학생모델이 하비라이크 공방을 찾아 초보자를 위한 퀼트를 배우고 티매트와 장식용 소품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기본적인 순서를 알면 쉽게 퀼트를 할 수 있다.

송윤서(왼쪽) 학생기자와 이한나 학생모델이 하비라이크 공방을 찾아 초보자를 위한 퀼트를 배우고 티매트와 장식용 소품을 만들었다. 초보자도 기본적인 순서를 알면 쉽게 퀼트를 할 수 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평소 바느질을 좋아했는데 퀼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어서 재미있었어요. 처음이라 서툴다 보니 완벽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개성 있다고 생각해요. 최미진 대표님의 공방에서 퀼트로 만든 다양한 작품을 보며 저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퀼트라는 말이 생소하다 보니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 코로나19로 외출도 꺼리게 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퀼트를 취미로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소중 독자 여러분도 심심할 때 퀼트를 하며 집에서 따듯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내는 건 어때요?

송윤서(경기도 서정중 1) 학생기자

저는 뜨개질이나 기본 바느질 등은 해봤는데 퀼트는 이번 취재에서 처음 배웠어요. 도안을 따라 천을 모양 내 자르고 바늘에 찔려가며 퀼트를 알아간 뜻깊은 시간이었죠. 공방에서는 제가 만든 소품뿐 아니라 쿠션·이불,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중요한 마스크까지 퀼트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을 봤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죠. 또한 되돌려박기와 홈질 등 바느질 기법은 앞으로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휴대전화를 오래 보며 생활하는데, 퀼트를 새로운 취미로 가지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해요.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 뿌듯합니다.

이한나(경기도 수내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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