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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동전 하나, 지폐 한 장, 연탄 한 개…작은 나눔이 불러오는 나비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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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모아 기부하고 연탄 봉사…나눌수록 훈훈한 세상 되죠

TV 뉴스나 신문 기사를 보면 주변 곳곳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추운 겨울이나 한 해가 시작되면 훈훈한 기부와 봉사 소식은 더 자주 전해지죠. 작은 행복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 덕분에 나눔 문화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며 삶의 활력소가 되는데요. 나눔과 베풂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나눔 문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황승민·김승윤·주혜리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황승민·김승윤·주혜리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 자원봉사 여건이 위축되면서 연말연시면 끊이지 않던 봉사 활동 참여자들과 소외된 이웃을 돕는 도움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원봉사포털 1365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실제로 참여한 사람은 186만3308명, 2020년엔 223만3767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19만1548명에 비해 감소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은 여전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봉사의 온기를 전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코로나19와 한파 속 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이웃을 돕고자 기부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죠.

어린 친구들의 아름다운 나눔

익명의 꼬마 기부 천사가 경북 봉화군 봉성면사무소 현관 앞에 놓고 간 생필품과 편지 모습. 꼬마 천사의 선행은 2020년 3월 공적마스크와 생필품 박스를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5번째다. 봉화군청

익명의 꼬마 기부 천사가 경북 봉화군 봉성면사무소 현관 앞에 놓고 간 생필품과 편지 모습. 꼬마 천사의 선행은 2020년 3월 공적마스크와 생필품 박스를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5번째다. 봉화군청

특히 어린 친구들의 나눔 활동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줍니다. 경북 봉화군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김없이 익명의 꼬마 기부 천사가 나타났죠. 12월 7일 오전 출근 시간 무렵 봉성면사무소 현관 앞에 선물꾸러미가 놓여 있었습니다. 한 어린이가 아침 일찍 면사무소를 방문해 몰래 놓고 간 선물이었죠. 선물꾸러미 안에는 마스크·라면·양말·돼지저금통 등이 들어 있었어요.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쓴 카드에는 “사랑하고 힘내세요! 어려우신 분들에게 나누어 주세요! 제가 열심히 모은 돈이니 힘든 분들께 나누어 주세요. 이번 겨울이 많이 추워서 발이라도 따뜻하시라고 양말도 보내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죠. 얼굴 없는 꼬마 천사의 선행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공적마스크와 생필품 박스를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5번째입니다.

2년간 모은 저금통을 기부한 3형제도 있어요. 지난해 10월 서울 광진구 자양2동에 사는 강주한(12)·주혁(10)·주호(4)군은 동 주민센터에 50만원가량이 담긴 저금통을 기부했죠. 3형제가 2년 동안 세뱃돈과 용돈, 간식비를 아끼며 모아 마련한 돈이에요. 광진구는 이 기부금을 사랑의열매에 전달,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했죠.

서울 광진구는 지난해 10월 자양2동에 사는 3형제 강주한·주혁·주호군이 2년 동안 세뱃돈과 용돈, 간식비를 아끼며 모은 50만원가량이 담긴 저금통을 동 주민센터에 기부했다고 지난 12월 31일 전했다. 광진구

서울 광진구는 지난해 10월 자양2동에 사는 3형제 강주한·주혁·주호군이 2년 동안 세뱃돈과 용돈, 간식비를 아끼며 모은 50만원가량이 담긴 저금통을 동 주민센터에 기부했다고 지난 12월 31일 전했다. 광진구

강원도 홍천군 원당초 3학년 박하은 학생은 내면의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으로 100만원을 기탁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어요. 적십자 내면분회에서 활동하는 조모가 평소 돌보던 홀몸 어르신이 살아생전 자신에게 준 용돈을 차곡차곡 모은 거예요. 어려운 와중에도 자신을 생각한 어르신의 마음을 이웃에게 다시 전한 셈입니다. 홍천교육지원청은 이를 격려하기 위해 최근 학교를 방문, 표창과 장학금을 전달했죠.

광주 계림초 1학년 1반 학생들은 나눔 장터를 운영하며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했습니다. 나눔 장터는 교육 과정에 포함된 수업으로 개당 100원 동전 하나의 값어치를 지닌 하트 형상의 모형 화폐로 물건값을 치르며 시장경제 원리를 익히는 체험 학습이죠. 26명의 학생들이 나눔 장터에서 서로 물건을 사고팔며 모은 꼬깃꼬깃 지폐 다발과 동전 6만2000원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큰마음이 담겨있었어요.

인천 송림초 학생회는 추운 겨울을 맞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홀로 외롭게 사는 주변 이웃들을 돕자며 학생회 예산으로 즉석밥을 마련해 송림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습니다. 송림초 김규동 교사는 “아이들이 이웃을 돕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로서 마음이 뿌듯했고, 이번 기부가 나눔의 기쁨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어요.

직접 닭을 키우고, 달걀을 팔아 기부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초 교사와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27일 하서면사무소에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했어요. 학생들은 100원짜리부터 1만원 지폐까지 들어있는 십수만 원의 돈 봉투를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말했죠. 백련초에선 STEAM 활성화 사업으로 봄부터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닭장을 설계·제작했어요. 한 해 동안 닭을 키워 계란을 판매한 수익금 등을 모아 목표한 대로 기부까지 해낸 겁니다.

경기도 화성시 하길중 학생자치회는 2019년부터 3년째 교내 모금 활동으로 모은 수익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어요. 2020년부터는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 지원 및 문화·학술·연구 사업을 추진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보냈죠. 기부금은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 만든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배지’를 점심시간 때마다 판매해 마련했어요. 올해는 50개가량 팔았고, 선배들의 교복을 판매하는 ‘교복 은행’으로 모은 돈까지 총 87만원을 모았죠.

수원북중 학생 봉사단 ‘수원통통봉사단’이 지난달 24일 직접 짠 목도리 50개를 감천장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비대면 봉사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수원북중 봉사단 학생들이 직접 짠 목도리. 수원북중학교

수원북중 학생 봉사단 ‘수원통통봉사단’이 지난달 24일 직접 짠 목도리 50개를 감천장요양원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비대면 봉사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수원북중 봉사단 학생들이 직접 짠 목도리. 수원북중학교

수원북중 학생 봉사단인 ‘수원통통봉사단’은 지난해 12월 24일 한 달간 정성껏 짠 목도리 50개를 수원 장안구에 있는 감천장요양원에 전달했어요. 수원통통봉사단 학생들은 2017년부터 요양원에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손 마사지를 해드리거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드리며 말동무를 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목도리를 직접 짜서 드리는 비대면 봉사를 하게 된 겁니다.

달걀로 기부 도미노를 일으킨 육지승 학생
한 초등학생의 선행이 또 다른 나눔을 불러일으키며 주위를 훈훈하게 하기도 했어요. 경북 칠곡군 왜관초 3학년 육지승군은 게임기를 사기 위해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현금을 모았어요. 3년 정도 모으자 50만원이 됐고 지난해 어린이날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는 생각으로 게임기를 사기로 결심했죠. 그러던 중 아버지 육정근(45)씨를 통해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평소 아버지와 함께 홀몸 어르신 집 청소 등의 자원봉사에 참여해온 지승군은 아버지의 기부 제안을 받고, 평소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달걀을 사서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죠. 지승군은 “게임기 대신 달걀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제가 좋아하는 달걀을 먹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달걀을 선물한 이유를 밝혔어요.

게임기를 사기 위해 모은 돈으로 기부한 육지승(오른쪽)군에게 게임기를 선물한 칠곡군청 이경국 주무관. 당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달걀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지승군은 결국 이 주무관 이름으로 달걀 50판을 다시 기부했다. 칠곡군청

게임기를 사기 위해 모은 돈으로 기부한 육지승(오른쪽)군에게 게임기를 선물한 칠곡군청 이경국 주무관. 당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달걀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지승군은 결국 이 주무관 이름으로 달걀 50판을 다시 기부했다. 칠곡군청

달걀로 이웃 사랑을 실천한 지승군의 사연이 알려지자 대한양계협회가 나섰습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칠곡군을 방문해 지승군에게 선행 표창장과 상품권 20만원을 전달했죠. 또 백선기 칠곡군수와 양계산업 발전에 관한 의견을 공유하고 달걀 200판을 기탁했습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지승군은 상품권 20만원도 이웃 돕기에 사용했죠. 지승군의 선행에 감동을 받은 칠곡군청 이경국(33) 주무관은 뇌병변을 앓는 중증 장애인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지승군이 갖고 싶어 하던 게임기를 선물했어요. “원래 받으려고 한 게 아닌데 받아서 받아도 되나 싶고 얼떨떨했지만 약간 좋았어요.” 지승군은 이 주무관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게임기값 40만원을 모아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달걀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주무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승군은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눈물겨운 노력을 이어갔어요. 평소 군것질을 좋아해 본능적으로 편의점에 향하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발걸음을 끊었죠. 또 친구들과 즐겨 찾던 피시방, 문구점도 멀리했어요. 추석에 할머니 댁은 물론 자주 만나지 않던 친척 집까지 방문해 용돈을 받아 한 푼 두 푼 모아 나갔습니다. 부모님은 용돈을 일주일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려주고 편의점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주며 격려했죠.

대한양계협회는 칠곡군을 방문해 달걀 200판과 육지승군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유수호 칠곡부군수·육지승군·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 칠곡군청

대한양계협회는 칠곡군을 방문해 달걀 200판과 육지승군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유수호 칠곡부군수·육지승군·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 칠곡군청

마침내 목표했던 40만원이 모이자 지승군은 이 주무관에게 연락했고, 그의 의견에 따라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이 주무관 이름으로 달걀 50판을 기부했습니다. 기부 도미노를 만든 지승군은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자신의 나눔 실천에 관해 이야기했고, 칠곡군을 빛낸 인물로 인정돼 군수 표창패를 받기도 했죠. “유재석 아저씨를 실제로 봐서 좋았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약간 긴장됐어요. 텔레비전에 내 모습이 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죠. 친구들은 부럽대요.”

육정근씨는 지승군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에 대해 뿌듯하다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돌 반지를 팔아서 라면 30박스를 구입해 지승이 이름으로 기부하겠다고 연락한 분도 있고, 유퀴즈에서 아트 디렉터 민희진씨도 지승이한테 100만원 주셔서 칠곡군에 기부했어요. 지승이 친구와 부모님들도 봉사활동에 동참하려 하고, 작은 나눔이 자꾸 파장이 일어나니까 너무 뿌듯합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화제와 관심을 모은 덕분에 방송 출연도 하고 여기저기 찾는 곳도 많지만, 이제는 조용히 나눔 활동을 펼쳐가겠다고. 봉사활동을 계속하며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꾸준히 돈을 모으겠다고 했죠.

유퀴즈에서 퀴즈 맞히고 받은 돈은 통장을 만들어 저금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에티오피아에 물을 보내려고 돈을 모으고 있어요. 광고를 보고 마음이 아팠거든요.” 지승군은 기부가 좋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라며 소중 독자들도 기부를 꼭 해보라고 추천했죠. 육정근씨는 나눔 문화가 중요한 이유로 “사랑도 받은 사람이 또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손길이지만 나눔의 기쁨도 알고 받은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언젠가는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죠.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은 기부와 봉사를 실천해보라고 독려했습니다.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연탄 봉사

황승민·김승윤·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황승민·김승윤·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연탄은 무연탄을 주원료로 다른 탄화물을 분쇄·배합하거나 점성을 주어 잘 엉겨 붙도록 하는 점결제를 혼합해 성형·건조한 원통형 고체연료입니다. 1950년대 이후 가정 난방용으로 널리 쓰였지만, 1990년대 들어 유류나 가스 연료의 보편화에 따라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죠. 하지만 재개발 대상 지역이나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고지대, 농어촌 산간벽지에서는 아직 연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탄 봉사를 통해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된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탄을 때는 흔적인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탄 봉사를 통해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된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탄을 때는 흔적인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연탄 봉사는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 연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부금을 모아 산 연탄을 한 가구당 200장씩 배달해요.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후원과 단체 봉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김승윤·주혜리·황승민 학생기자가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실천하기 위해 연탄 봉사에 도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에서 주최한 개인 봉사의 날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 모였죠. 소중 학생기자단보다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스무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어요.

골목에는 연탄이 다 타고 남은 연탄재도 볼 수 있다.

골목에는 연탄이 다 타고 남은 연탄재도 볼 수 있다.

영하의 날씨에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했지만 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았죠. 김승윤 학생기자가 “연탄을 나르면 곧 더워지겠죠”라며 씩씩하게 얘기했습니다. 우선 앞치마를 메고 팔토시를 낀 다음 비닐장갑을 끼고 위에 목장갑을 끼는 등 복장을 정비했습니다. 조민곤 간사가 “이곳에 사는 열 몇 가구 중 오늘 전달해야 할 집은 네 가구입니다. 한 가구에 200장씩 총 5가구 1000장을 봉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구는 어르신께서 창고 정리를 아직 못 해서 내려놓고 가면 직접 정리하겠다고 하셔서 4가구 분량만 옮기면 마무리될 것 같아요”라고 오늘의 일정을 소개했습니다.

연탄은 크게 네 덩이로 구분이 돼 있었어요. 관악구 삼성동을 담당하시는 연탄집사장님께서 봉사하기 편하라고 200장씩 나눠 하역해준다고 했죠. 한 덩이를 한 집에 갖다 주면 개수가 헷갈릴 일도 없습니다. “보통 이런 구분 없이 주기 때문에 연탄 개수를 잘 세야 하거든요. 봉사가 조금 편한 지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힘이 가장 쌩쌩한 초반에 제일 힘들거나 먼 집을 먼저 배달하고 마지막에 가장 쉬운 집에 가요. 첫 집이 제일 먼 집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연탄을 받아 앞치마에 기댄다는 생각으로 팔을 쫙 펴고 걸어가 연탄을 쌓는 사람한테 건네준다.

연탄을 받아 앞치마에 기댄다는 생각으로 팔을 쫙 펴고 걸어가 연탄을 쌓는 사람한테 건네준다.

기본적으로 연탄은 두 장씩 들고 앞치마에 기댄다는 생각으로 팔을 쫙 펴준 다음 걸어갑니다. 도착해서 연탄을 쌓는 사람한테 건네주면 그들이 창고에 쌓는 식이죠. “집 바깥에서는 들고 이동하는데 집 안쪽은 좁아서 사람이 왔다 갔다 하기 힘들잖아요. 그럴 때는 집 안쪽에서 2명 혹은 3명이 줄을 서서 몸은 가만히 있고 릴레이로 전달하죠.” 릴레이를 하게 되면 바닥에 연탄 가루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이 좁은 경우만 그렇게 전달하고 기본적으로 집까지 직접 옮겨요.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 2장을 들면 7㎏나 돼 예상보다 더 무거울 수 있다. 각자의 체력에 맞게 들고 나르는 개수를 조정할 수 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 2장을 들면 7㎏나 돼 예상보다 더 무거울 수 있다. 각자의 체력에 맞게 들고 나르는 개수를 조정할 수 있다.

연탄을 쌓을 때는 탑처럼 높게 쌓는 게 아니라 옆으로 넓게 놓는 거라고 했죠. 높게 쌓다가 흔들거리면 서로 지지해주지 못해 위험합니다. 창고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에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옆으로 놓아야 한다고 했죠. 쌓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2인 1조로 자원을 받아 진행했어요.

어린 학생들도 연탄을 한 개씩 들고 부지런하게 옮기고 있다.

어린 학생들도 연탄을 한 개씩 들고 부지런하게 옮기고 있다.

엄마 전보은(맨 오른쪽)씨와 함께 연탄 봉사에 참여한 방서준·시현·나현(왼쪽부터) 남매. 엄마의 권유로 처음 봉사를 하고 보람을 느껴 다시 하게 됐다고 한다.

엄마 전보은(맨 오른쪽)씨와 함께 연탄 봉사에 참여한 방서준·시현·나현(왼쪽부터) 남매. 엄마의 권유로 처음 봉사를 하고 보람을 느껴 다시 하게 됐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연탄 봉사가 시작됐습니다. 연탄 한 장의 무게는 3.65㎏, 2장을 들면 7㎏나 돼 예상보다 더 무거웠죠. 학생기자단의 목에서는 절로 신음이 나오고 “힘들어요!” “무거워요” 소리가 쏟아졌죠. 2개가 너무 힘들면 1개만 들고 옮겨도 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르면 됩니다. 학생기자단보다 더 어린 3형제도 연탄을 한 개씩 들고 부지런하게 옮겼죠. 방시현(서울 원신초 3) 학생은 이번 연탄 봉사가 벌써 세 번째였고, 방나현(서울 원신초 3)‧서준(서울 원신초 1) 학생은 두 번째로 참여하는 겁니다. 엄마의 권유로 같이하게 된 이들은 처음 봉사 때 재밌어 다시 하게 됐다고 해요. “재밌고 뿌듯해요.”(시현), “힘들지만 남을 도울 수 있어 좋았어요.”(나현), “힘들었어요. 근데 나중에 또 따라올 거 같아요.”(서준) 다시 참여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나현 학생은 “10번 더 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힘들 땐 1개만 들고 가기도 했고, 패기 있게 3개를 들고 나르기도 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힘들 땐 1개만 들고 가기도 했고, 패기 있게 3개를 들고 나르기도 했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걱정의 말을 나누며, 연탄을 주는 사람도 ‘감사합니다’, 받는 사람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서 교감한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걱정의 말을 나누며, 연탄을 주는 사람도 ‘감사합니다’, 받는 사람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면서 교감한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힘들 땐 1개만 들고 가기도 했고, 패기 있게 3개를 들고 나르기도 했죠. 손에서 손으로 쉴 새 없이 건네지는 연탄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은 서로 걱정의 말을 나누며, 연탄을 주는 사람도 “감사합니다”, 받는 사람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연탄을 옮기는 중 이곳에 사시는 분들을 마주치면 “아이고~수고하네요” “고맙습니다”라고 정겹게 말을 건네주셨죠. 그분들의 한마디가 굉장히 힘이 되고, 뿌듯함을 주었죠. 우리가 나른 800장의 연탄이 올겨울 내내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을 원동력으로 연탄을 날랐습니다.

김승윤·황승민·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김승윤·황승민·주혜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나눔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연탄 봉사에 도전했다.

개인 봉사의 날에는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받는다. 학생기자단도 후원에 동참했다.

개인 봉사의 날에는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받는다. 학생기자단도 후원에 동참했다.

연탄 봉사가 끝난 후 복장을 정리하고, 기념으로 연탄 모양 휴대전화 고리도 선물 받았죠. 추운 겨울 연탄으로 생활하는 분들에게 모두 연탄을 나눠 드리기 위해서는 많은 후원금이 필요합니다. 연탄 한 장은 840원, 1000장을 배달하려면 84만원의 돈이 필요한데요. 단체 봉사의 경우 당일에 봉사하는 분량만큼의 연탄을 후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해요. 개인 봉사의 날에는 자율적으로 후원금을 받는데 계좌로도 후원금을 낼 수 있다고 했죠. 현금을 들고 온 김승윤‧황승민 학생기자는 각각 4만원, 5만원을 현장에서 기부했습니다. “오늘 처음 오신 분! 앞으로 10번까지 하실 거죠.(웃음) 진행하다 보면 정말 10번씩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굉장히 멀리서 오신 분들도 있는데, 존경심이 생기죠. 연탄 나눔이라는 게 사실 지속해서 참여해 주시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을 계기로 기회가 될 때 시간이 되실 때 한 번씩 또 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탄 봉사와 나눔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다
봉사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조민곤 간사에게 연탄 봉사와 나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어요.

봉사를 마친 후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조민곤(왼쪽에서 둘째) 간사에게 연탄 봉사와 나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봉사를 마친 후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조민곤(왼쪽에서 둘째) 간사에게 연탄 봉사와 나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승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주세요.
2004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연탄을 통해 한반도를 좀 따뜻하게 만들자, 연탄을 주고받으면서 이웃끼리 좀 얼굴도 보고 교감하면서 살자는 취지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북녘 동포에도 연탄 지원을 2010년까지 활발히 하다 지금은 사정상 중단됐죠. 연탄은 수단이고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 활동을 한다, 이런 슬로건도 가지고 있습니다.

혜리 연탄 봉사 활동을 주로 하는 건가요.
연탄이 거의 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10월부터 2월까지 겨울 나눔 기간에 활발히 연탄을 지원합니다. 봄‧여름에는 다른 봉사활동이나 프로젝트 사업도 해요. 근래는 집수리 사업을 병행하기도 하고요. 환경 문제 쪽으로도 고민하고 있어서 카페랑 봉사자들을 결합해 우유 팩을 모아 재활용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모색하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승민 개인이나 단체 봉사 신청 방법이 궁금해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는데 기본적으로는 단체 봉사 위주예요. 봉사랑 나눔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 신청하고 희망 지역에 연탄을 쓰시는 분들이 있으면 인원에 맞춰서 봉사 분량을 잡아서 저희가 중간에서 주선하는 거죠. 개인 봉사는 특정 시기 어느 지역에서 다섯 집에 연탄을 드려야 한다, 그러면 그 분량을 나눌 수 있는 인원을 저희가 모집합니다. 그래서 겨울 전에 사전 등록을 받아요. 개인 봉사를 하고 싶으신 분들이 연락처랑 성함을 남겨주시면 봉사 인원이 필요할 때 연락하죠. 인원은 15명 이상은 되어야 해요. 연탄집에 최소 800장 정도는 주문해야 기사님들이 배달해 주실 수 있거든요. 그걸 나눌 수 있는 인원이 최소 15명이에요.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조민곤 간사.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조민곤 간사.

승윤 연탄 봉사 대상 가구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매년 9월쯤 각 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냅니다. 올해 연탄 쓰시는 분 중에 조금 어려우신 분들을 추천해달라고요. 독거노인, 결손 가정, 장애인 등 경제적으로나 생활 쪽으로 취약하신 분들 명단을 받아서 그걸 기준으로 연탄을 드리죠. 이런 제도에 누락되시는 분들도 있어요. 실제로는 형편이 안 좋지만 그런 제도 안에 못 들어가시는 분의 경우 동네 통장님이나 마을 회장님에게 추천을 받아 연탄을 드리기도 하죠. 연탄 200장이면 한 달 반 정도 쓰세요. 1년 동안 거의 1000장 내외를 쓰는데 다 지원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기도 하죠. 그럴 땐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연탄을 쓰는 지역들은 배달하는 게 또 문제거든요. 연탄집 사장님들도 이제 나이가 많으셔서 배달을 못 하시는 분들도 있고, 배달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어서 봉사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혜리 봉사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까요. 
너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거든요.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봉사는 놀이와 일의 중간 정도지 않을까 싶어요. 일하는 건 굉장히 책임감이 필요한데 재미를 찾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놀이는 책임감이 큰 행동은 아니고 즐겁게 할 수 있는데 봉사활동이 그 중간 정도에 있는 것 같아요. 연탄을 단순히 전해드리는 게 아니라 연탄을 통해 이웃도 만나고 서로 인사도 하며 좀 호흡을 하면서 살아가자는 취지로 하는데 그런 문화를 이제 봉사자분들과 저희가 같이 만들어가는 거죠.

승민 나눔으로써 생기는 좋은 영향을 꼽아주신다면.
나눈다는 게 퍼지는 것 같아요. 연탄을 받는 분들도 그런 말씀을 하시거든요. 내가 항상 너무 받고만 사는데 나중에 또 상황이 좋아지면 꼭 나도 나누고 살겠다고 말씀해 주세요. 나눔 문화를 만들어가면 그게 또 자기 자신한테 돌아오거든요.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리고 경제적으로 사업을 하다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살면서 항상 좋은 상황만 겪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약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나누고 살면 내가 조금 어렵고 약자가 되었을 때 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내가 조금 유리한 입장일 때 또 남을 도우면 힘든 시절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죠. 마치 우리가 저축을 열심히 해서 나중에 쓰듯이 나눔 활동을 하면 본인에게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지속해서 퍼져나가면 좀 더 좋은 사회,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김승윤 학생기자

김승윤 학생기자

취재로 연탄 봉사를 한 건 저에게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나 TV로만 보았던 연탄 봉사를 실제로 직접 해보니 아주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죠. 앞으로 살아가면서 연탄 봉사를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부금을 내고 그 기부금이 좋은 곳에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연탄 봉사를 하고 나서 마음이 아주 뿌듯해졌고 나르면서 같은 봉사자들이 먼저 인사해 주셔서 기분도 아주 좋았어요. 2021년도 마지막 주에 이렇게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김승윤(서울 서래초 6) 학생기자

주혜리 학생기자

주혜리 학생기자

처음 연탄 봉사를 한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봉사가 거의 처음이고, 연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었죠. 연탄을 처음 봤고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거워서 또 한 번 놀랐죠. 한번에 많이 옮겨 보려고 세 개씩 들어봤는데 다음에는 다시 못할 정도로 너무 무거웠어요. 연탄 봉사하는 날 기온이 뚝 떨어져 매우 추웠고 힘들었는데도 마스크를 쓴 봉사자들 얼굴에 미소가 보였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힘들면서도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이요. 그것이 봉사가 주는 힘이라고 느꼈죠. 앞으로도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혜리(서울 신구초 5) 학생기자

황승민 학생기자

황승민 학생기자

평소 광고나 뉴스 같은 데서 연탄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취재가 연탄 봉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했을 때 매우 기대했어요. 실제로 연탄 봉사를 해보니 정말 힘들었죠. 하나에 3.5kg이었는데 4가구에 옮겨야 한다니 처음에는 두 개를 들다가 세네 번째쯤에는 한 개씩 옮겼어요. 다 끝나고 다시 한번 봉사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친구들도 있었는데 거의 자기 몸체만 한 연탄을 옮기면서도 힘들어하지 않더라고요. 그 친구들도 너무 훌륭하다고 느꼈고, 힘들어한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내가 옮긴 연탄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길 희망하는 마음과 봉사의 소중함을 가질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황승민(서울 대치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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