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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존중 받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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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해다. 어느 한 해 중요하지 않은 해가 있겠는가만은 올해는 우리나 중국 모두에 매우 특별한 해다. 두 나라 공히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3월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반면 중국은 가을에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형성한다. 공교롭게도 숫자 ‘20’을 매개로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무척이나 민감한 시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최고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위상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4년 전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헌법 수정을 통해 롱런 가도를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는 가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공산당은 오는 가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렇긴 해도 이번 20차 당 대회에서 눈여겨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4연임에까지 도전하는 어떤 행보를 과연 내비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나. 시 주석은 준비성이 매우 강한 인물이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등 두 명의 전 국가주석을 통해 관례처럼 형성된 ‘10년 집권’의 틀을 깨기 위해 4년 전에 미리 움직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임기가 다할 무렵에 룰 개정을 시도할 텐데 시 주석은 일찌감치 장기 집권의 기초를 다졌다. 중국 민간에선 시 주석이 3연임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예상도 그렇다. 시 주석이 3연임에 만족하려 했다면 굳이 헌법 수정과도 같은 큰일을 벌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예외적인 조항을 두는 형식으로 5년 임기를 한 번 더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이 3연임에 그치지 않고 4연임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오는 가을의 당 대회 때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당 주석 제도의 부활이다. 이제까지 유지해오던 총서기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주석에 오르는 시나리오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권력 유지 패턴을 떠오르게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가을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세 번째 총서기에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 주석 제도의 부활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가을 열리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세 번째 총서기에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 주석 제도의 부활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21년 창당 시 당원이 고작 50여 명에 불과했을 때 중국 공산당은 3명으로 구성된 중앙국(中央局)을 만들고 그 책임자를 ‘서기(書記)’라 불렀다. 최고 지도자를 서기라고 호칭한 건 서기가 당시 가장 낮은 관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의 ‘비서’에 해당하는 데 낡은 사회와 결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자세를 낮추는 마음가짐이 작용했다. 특히 절대로 백성을 억압하는 관료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조직이 커져 여러 명의 서기를 두게 되자 그 총책임자를 ‘총서기’라고 일컫게 됐는데 43년 마오쩌둥이 정치국 및 서기처 주석이 되며 총서기는 사라졌다.
그런 총서기가 56년 마오에 의해 다시 등장한다. 마오는 여전히 당의 주석으로 군림하면서 당 중앙의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중앙서기처 수장으로 총서기를 둔 것이다. 마오는 사망할 때까지 이 주석 자리에 있었고 따라서 중국인에겐 ‘마오쩌둥 주석’을 뜻하는 ‘마오 주시(毛主席)’란 말이 입에 배었다. 시진핑은 현재 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신분이다. 당 주석에 오른다면 당(黨), 정(政), 군(軍) 어느 면으로 보나 ‘시 주석’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또한 임기와 관련해 어떤 속박도 받지 않게 된다.

마오쩌둥은 1943년 중국 공산당의 모든 업무에 책임을 지는 정치국의 주석에 오르며 76년 사망할 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마오쩌둥은 1943년 중국 공산당의 모든 업무에 책임을 지는 정치국의 주석에 오르며 76년 사망할 때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중국 바이두 캡처]

오는 가을의 20차 당 대회 때 주목해야 할 또 하나 관전 포인트 역시 시 주석의 장기 집권과 관련이 되는 것으로 중국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진입하는가 하는 점이다. 60년생인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당서기, 63년생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이 입성해 시 주석의 차기 후계 구도를 형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야심을 생각할 때 이들은 진정한 후계자라기보다는 후계 구도의 과도기적 인물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60년대 출생자가 아닌 70년대 태어난 이들이 시 주석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더 크다.
지난달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1인자 역시 60년생에서 MZ세대인 80년생이 되며 70년대생을 껑충 건너뛰었다. 시 주석의 치세(治世)가 20년 이상 간다고 할 때 53년생인 시 주석을 대체할 인물은 70년대 출생한 인물 중에서 나올 공산이 크다. 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작지 않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정한 대중 정책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장쩌민 1기 시절에 해당하는 1992년 중국과 수교해 후진타오 집권의 2012년까지 양국 관계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오는 8월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양국 관계는 시진핑 1기 집권 초반 때까지는 순항했다.

노란 옷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노란 옷을 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의 초청을 받아 중국 천안문(天安門) 성루에 섰을 당시엔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까지 나왔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가 터지며 한중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다. 우리 현 정부는 국민의 반중 감정은 높은데 친중이라는 말을 듣는 기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놀랍다는 말을 듣는다. ‘북한과 경제’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시진핑이 주도한 중국의 사드 보복은 사실상 풀리기 어렵게 돼 있다. 6년이 다 되도록 남아 있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금한령(禁韓令)과 한한령(限韓令)의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데 중국인의 자유로운 한국 여행을 막는 금한령은 코로나 19 탓에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또 한류(韓流)의 중국 대륙 진출을 막는 한한령은 중국 스스로 대대적인 연예인 때리기에 나서는 모습 등을 볼 때 풀릴 기미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뚝 떨어지고 시 주석 개인에 대한 호감도는 더 낮은 상태다. 문제는 이런 반중 감정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가 중국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중국은 매우 중요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우리의 운명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와 별개로 중국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집권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대에 어떻게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국내의 치열한 토론이 전개돼야 한다. 그 치열한 토론을 통해 우리의 대중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사드 사태처럼 우리 국론이 분열된다면 중국의 관료가 우리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는 그런 대접을 또 받게 될 것이다. 새로 출범할 우리 정부가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대비한 대중 전략 수립 필요 #우리 국익을 어떻게 최대화할지 치열하게 토론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중국의 존중 받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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