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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한 달 남기고 업체가 240만원 '먹튀'"…애타는 예비부부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예비 신랑 A씨(37)는 웨딩 사진을 촬영해주기로 한 스튜디오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A씨와 스튜디오를 연결해준 중개업체가 파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황한 A씨는 업체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계약한 웨딩플래너도 “어제 저녁 업체가 갑작스레 폐업해 해고 통지를 받았다. 순차적으로 연락을 드리겠다”는 문자만 남긴 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A씨는 “중개업체엔 이미 240만원을 지급했고, 결혼식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드레스와 메이크업 업체를 새로 구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혼식 이미지. [사진 pixnio]

결혼식 이미지. [사진 pixnio]

계약금만 받고 사라진 대표…예비부부는 ‘발 동동’

최근 온라인 카페 회원 수 10만명 이상인 서울 강남의 한 웨딩중개업체가 돌연 폐업하고 대표가 잠적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업체 대표는 30일 밤 “지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파산하게 됐다”며 직원인 웨딩플래너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업체의 폐업으로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예비부부들은 애가 타들어 가고 있다. 이 중개업체가 고객들에게 받은 계약금 중 일부를 개별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에 전달하지 않은 채 폐업하면서 돈도 돌려받지 못하고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다.

지난해 11월 이 업체와 계약하면서 180만원을 입금한 예비 신부 B씨(30)는 “지인 중 이 업체를 통해 결혼식을 준비한 사람이 많아 믿고 계약했는데 하루아침에 돈을 날리게 됐다. 회원이 많다는 점을 내세우던 업체가 자금난으로 파산했다는 건 믿기 어렵다”고 했다.

1일 오전 이 업체로부터 피해를 본 예비부부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엔 670명이 넘게 들어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피해 금액이 5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계좌 말고 다른 계좌 안내, 계획 범행 의심”  

예비 신랑 A씨(37)가 돌연 폐업한 웨딩중개업체와 작성했던 계약서. 대표 계좌에 금이 그어졌고, 다른 계좌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수기로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예비 신랑 A씨(37)가 돌연 폐업한 웨딩중개업체와 작성했던 계약서. 대표 계좌에 금이 그어졌고, 다른 계좌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수기로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이날 이 업체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고, 서울 강남의 사무실은 지난달 31일부터 직원이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아 텅 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 수가 약 10만 6000명에 달하는 이 업체의 온라인 카페는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신규 게시물 작성 기능이 막혔다. 다만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업체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한 결과 아직 폐업을 신고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이 업체 대표의 폐업과 잠적이 계획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예비 신랑 A씨는 “선 계약금 30만원만 입금한 피해자들에게는 해고된 웨딩플래너들이 ‘다른 업체를 소개해주겠다’며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이 업체와 계약할 때 웨딩플래너가 ‘돈을 회사 대표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 업체가 잔금 입금을 재촉한 정황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업체 대표와 소속 웨딩플래너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곧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부터 고소장 접수가 시작돼 정확히 몇 건 정도 고소가 들어왔는지 파악 중이다. 연초에도 추가로 고소장이 계속 접수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8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스몰웨딩’ 전문업체 대표가 예비부부 약 50명의 계약금만 챙기고 잠적했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피해 금액은 1억 50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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