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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우려 반영, 가상의 40대 탈모 남성 ‘하마’ 만들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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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10면

[SPECIAL REPORT]
가상 인간이 온다

오제욱 대표(왼쪽)의 디지털 부캐 하마(오른쪽). 하마는 탈모가 있는 가상 인간이다. [사진 디오비스튜디오]

오제욱 대표(왼쪽)의 디지털 부캐 하마(오른쪽). 하마는 탈모가 있는 가상 인간이다. [사진 디오비스튜디오]

일상적인 모습 ‘본캐(본캐릭터)’와 다른 ‘부캐(부캐릭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캐는 원래 게임 용어였으나 최근 일상에서 폭 넓게 쓰이고 있다. ‘지미유’로 변신한 유재석, ‘최준’이 된 개그맨 김해준이 대표 사례다. 일반인이 학교 또는 직장에서와 다른 모습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 역시 부캐의 일종이다.

만약 다른 얼굴의 부캐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인공지능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의 오제욱(42) 대표는 상상을 현실화했다. 그는 노래 실력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던 한 가수 지망생의 부캐 ‘루이’를 제작했다. 루이는 실제 인물에 AI로 만든 가상 얼굴을 입힌 가상 인간이다. 가상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루이는 현재 유튜브 채널 ‘루이 커버리’에서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최초 가상 유튜버다. 오 대표는 개개인이 리얼한 부캐로 메타버스에서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한다. 서울 마포구 디오비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가상 인간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2019년에 우연히 미국의 가상 인간 ‘릴 미켈라(Lil Miquela)’에 관한 기사를 본 게 시작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짧게 다뤄졌지만 미국에서는 굉장한 인싸였다. 2018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그때부터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가상 인간 사례가 많았다. 이때부터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확 와 닿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상 인간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19명의 가상인간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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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과정 중 어려웠던 점은.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이다. 이직만 9번에 콘텐트 판권 사업, 뉴미디어 사업을 했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인맥은 많았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에 한류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성과가 무너진 경험이 있다. 이후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니 처음에는 투자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시행착오 끝에 마음 맞는 투자자들을 찾아서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은 다음 투자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가상 유튜버로 기획한 이유는.
“우선 대중에게 임팩트가 있으려면 콘텐트가 좋아야 한다. 매력적인 콘텐트로 ‘음악’을 생각했고, 초기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유튜브 커버 영상을 기획했다. 물론 음원 저작권 문제로 유튜브 채널 수익은 적다. 하지만 유튜브 수익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루이는 메타버스 기술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다. 루이를 통해 누구든 부캐를 가질 수 있고, 미래에는 개개인이 아주 리얼하게 만들어진 부캐로 메타버스 상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
가상 얼굴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먼저 인공지능(AI) 딥러닝으로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학습시킨다. 다양한 얼굴 데이터를 제공하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목구비 위치, 깊이, 색깔, 질감 등 얼굴 형태를 분석·정리한다. 얼굴 간 유사점을 발견해 보편적인 얼굴 특징을 학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사람의 얼굴에 대한 정의가 생기면 학습한 기준 안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한국인 얼굴을 만들기 위해 AI에게 한국인 얼굴을 많이 학습시켰다. 사람 얼굴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7명의 얼굴 데이터로 만든 게 루이다. 최근에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우려에 공감해 탈모가 있는 40대 남성 가상 인간 ‘하마’를 제작했다. 하마는 저의 부캐다. 좀 더 잘생기게 만들긴 했지만 탈모를 숨기지는 않았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공감한다. 사기, 음란물로 악용될 수 있다. 현재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가상 인간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추후 기술이 발전하면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리얼한 부캐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리얼해진 디지털 세상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메타버스 구현 기업과 이용자에게만 기대서는 안 된다. 온라인에서 국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및 정부가 메타버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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