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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아들’ 정호영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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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DB 가드 정호영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포워드로 활약한 정재근(아래 사진) 아들이다. [사진 KBL]

DB 가드 정호영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포워드로 활약한 정재근(아래 사진) 아들이다. [사진 KBL]

프로농구 원주 DB 가드 정호영(23)은 ‘저승사자 아들’이라 불린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정재근(52)의 별명이 ‘저승사자’였다. 1990년대 연세대와 SBS에서 활약한 정재근은 무표정에 하얀 얼굴로 상대 팀 혼을 쏙 뺐다.

프로농구 신인상 경쟁 가세 #포워드 아버지와 달리 슈팅가드 #긴팔과 탄력 이용한 덩크슛 닮아 #고대 동기 하윤기·이우석 등 추격

그의 아들 정호영은 ‘농구 DNA’를 물려 받았다. 키 1m92㎝ 정재근은 파워 포워드였는데, 1m87㎝ 정호영은 슈팅 가드다. 신인 정호영은 외곽에서 골 밑으로 쭉 치고 들어가는 스텝과 돌파, 정확한 슛을 빼닮았다. 호쾌한 원핸드 덩크슛을 꽂을 만큼 탄력이 아버지처럼  좋다.

27일 KCC전에서 펄펄 난 프로농구 원주 DB 정호영. 저승사자라 불린 정재근의 아들이다. [사진 KBL]

27일 KCC전에서 펄펄 난 프로농구 원주 DB 정호영. 저승사자라 불린 정재근의 아들이다. [사진 KBL]

정호영은 30일 “집에서 아버지가 형처럼 잘해주신다. 유튜브로 아버지의 선수 시절 영상을 보니 카리스마 있고 든든하더라. 아버지는 ‘저승사자’라고 불렸는데, 난 마른 편(70㎏)이라 별명이 ‘가시’”라며 “얼굴은 어머니를 닮았고, 드리블과 슛 쏘는 게 아버지 같다더라. 제가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이 2m 가까이 되는데, (아버지처럼) 돌파할 때 빠르고 길게 들어간다. 경기 중 허리에 손을 짚거나, 뒷짐을 지고 걸을 때 똑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허재 아들 허웅(DB), 허훈(수원 KT) 등 프로농구에는 ‘농구인 2세’가 많다. 정호영은 “‘2세 농구인’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고 싶다. 아버지와 농구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슛을 급하게 쏘지 마라’고 말해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SBS에서 활약하며 저승사자라 불린 정재근. [중앙포토]

SBS에서 활약하며 저승사자라 불린 정재근. [중앙포토]

정호영은 지난 27일 전주 KCC전에서 92-76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인 23점을 몰아쳤다. 지난 4일에도 KCC를 상대로 3점슛 6개 포함 22점을 넣었다. 정호영은 “대학(고려대) 시절 KCC와 연습경기를 많이 했다. 그 경험 덕인지 저도 모르게 자신감이 붙는다. 특히 안쪽이 비면 돌파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원 LG전(25일)에서는 처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신인이 악착같은 수비를 하지 않는다며 이상범 감독님께 혼났다. 마음을 더 단단히 먹었다”고 전했다.

정호영은 하윤기(KT), 이우석(울산 현대모비스)과 고려대 18학번 동기다. DB-KCC전이 끝난 뒤 대학 친구들이 “호영아 쩐다(끝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뽑힌 정호영은 “솔직히 더 높은 순위도 기대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실전을 뛸 수 있는 게 행운이었다. 롤 모델인 (박)찬희 형에게 포인트가드 리딩 역할도 배울 수 있다. 팀 에이스 (허)웅이 형은 ‘자신 있게 공격해’라고 조언해준다”고 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순위 싸움 만큼 신인상 다툼이 치열하다. 하윤기, 이우석, 이정현(고양 오리온), 이원석(서울 삼성)이 경쟁 중인데, 여기에 정호영도 가세했다. 정재근은 1993~94 농구대잔치 시절 신인상을 수상했다.

정호영은 “아버지가 신인상을 받은 줄 몰랐다. (신인왕 경쟁에서는) 외국인 선수 앞에서 덩크를 꽂는 윤기, 그리고 우석이가 가장 돋보인다. 팀 성적이 좋다 보면 자연스레 신인상 후보에 거론될 거라 생각한다. 난 한 번 폭발하면 신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고 어필했다.

DB는 6위를 기록 중이고, 정호영은 평균 득점은 6.5점이다. 그러나 그는 몰아치기에 능하다. 아직은 허웅, 박찬희에 이어 팀 내 3옵션 가드다. 정호영은 “난 호랑이 띠(98년생)인데, 2022년이 임인년이다. 호랑이 해에는 더 열심히, 더 잘해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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