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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한달 새 두번째 통화…긴장 높아지는 우크라이나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통화할 예정이라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29일 밝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통화할 예정이라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가 29일 밝혔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31일 오전 5시30분) 전화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 백악관이 29일 밝혔다. 미ㆍ러 정상은 지난 7일 화상 회담 이후 두번째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마주 하게 됐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고위 관계자는 29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가 외교의 길을 갈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우리의 동맹국ㆍ파트너들과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통화는 “푸틴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정부 때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짐 타운센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푸틴 대통령이 먼저 통화 요청을 한 것은 향후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의제를 구체화 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이달 7일 화상 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군 전투 병력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배제한 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내달 러시아와 연쇄 회담을 앞두고 있다. 1월 1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의 ‘전략적 안정 대화’에 이어 12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나토·러시아 회동이 예정돼 있다. 13일에는 우크라이나가 참석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전차와 자주포·야포 등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가 이달 1일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국경에 대규모로 집결한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전차와 자주포·야포 등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가 이달 1일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국경에 대규모로 집결한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미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에 대해 훨씬 더 심각한 경제ㆍ금융 제재는 물론 향후 몇 주 안에 침공이 이뤄지는 경우 잠재적인 영토 점령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할 준비 중이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양측의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크렘린 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인터팩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유럽에서의 긴장 고조는 전례 없는 것”이라며 “정상급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대화를 통해 어떤 돌파구도 기대해선 안 된다”며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도 했다. 미 고위 관계자 역시 현재 시점을 “위기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측에 “레드라인”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안전 보장 요건을 문서로 요구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이 같은 ‘쐐기 박기’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미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 통화에서 “러시아 측의 방식으로 문서나 협정 초안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4년 3월 크림반도 사태 때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크림반도 심페로폴 외곽 페레발노에 기지에서 탱크를 수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4년 3월 크림반도 사태 때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크림반도 심페로폴 외곽 페레발노에 기지에서 탱크를 수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어 “우크라이나 국경에 상당한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며 “긴장의 확대가 아닌 축소가 필요하며, 이 점도 분명히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30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할 내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WSJ은 최근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러시아군 53개 대대 전투 그룹이 결집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각 800명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초까지 10만에서 최대 17만명의 병력이 이곳에 집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에 대해 비켜가는 답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등 어떤 주권 국가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있는지, 향후 협상에 달려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협상보다는 오늘날 러시아 안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안보 보장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나토의 동부 확장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밝혔고, 공은 그들의 코트에 있다”면서다.

각급 회동을 위한 미·러의 ‘우군 다지기’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정상 간 통화를 하루 앞둔 29일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고,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회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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