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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중·일 ‘탈탄소 국제 협력’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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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볼드 바산자브 유엔 아·태 경제사회위원회 동북아사무소 대표

강볼드 바산자브 유엔 아·태 경제사회위원회 동북아사무소 대표

영국 글래스고에서 지난 11월에 열린 26차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선언한 대로 21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 달성의 방향을 보여주는 회의였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확산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등 지구적 환경 재앙에 대한 정치인과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다. 코로나 위기보다 더 큰 기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징후와 과학적 합의도 더 분명해졌다.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를 치르면서 140여개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했는데, 이들 국가의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동북아가 온실가스 3분의1 배출
정치적 이해 넘어 협력 선도하길

이제 탄소 중립은 개별 국가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됐다.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 실현 과정에서 기술적,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는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글래스고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의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기후 합의에 도달했다. 이를 위해 각국은 기존 ‘국가 감축 목표’(NDC)를 내년까지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이런 새로운 여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3분의 1 이상을 배출하고 있는 동북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이 이 지역의 배출량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도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세계 상위 10대 국가에 속한다는 측면에서 역할이 작지 않다. 한·중·일 3국은 탈 탄소, 저탄소 기술과 혁신의 선도자로서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국제적 탈 탄소 전환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3국은 온실가스 감축 경로의 초기 단계에 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지만, 한국은 2018년부터 감축이 시작됐다. 중국은 4~5년 뒤부터 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아울러 한·중·일은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 짧은 탄소 중립 달성 시한이라는 공통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탈 탄소 기술과 혁신을 경제 부문 전반에 빠른 속도로 접목해야 한다. 속도와 규모를 맞추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개별 국가가 모든 부문에서 필요한 속도와 규모를 맞추기는 어렵다. 상호 협력을 통해 함께 개발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북미·동남아·아프리카 등 대부분 지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역 협력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지역보다 협력의 필요성과 잠재력이 큰 동북아는 아직 다자협력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한·중·일 3국의 다자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11월 29~30일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유엔 사무총장실 기후 행동팀,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TCS)이 ‘한·중·일 탄소 중립 포럼’을 개최했다. 정부·연구기관·국제기구 소속 전문가들은 저탄소 기술 및 혁신, 재생에너지, 한·중·일 가치 사슬, 녹색 금융 기준, 탄소 시장, 온실가스 감축 장기 시나리오, 정의로운 전환 등 다양한 부문에서 3국 협력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한·중·일 3국 정상의 탄소 중립 협력 선언 및 1.5 트랙 협력체 구성, 동북아 탄소 중립포럼 발족 등을 제안했다. 기후 공적 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중·일 3국의 탄소 중립 협력은 각국의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다. 이는 3국의 정치적 이해 차이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이고, 국제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개방적 지역협력이다. 한국 정부와 사회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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