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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호프집·노래방 줄폐업…반도체·철강 직원들은 보너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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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로나 피해 커지는 생활업종-간이주점 25%, 구내식당의 12% 2년새 사라져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먹자골목의 한 매장이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먹자골목의 한 매장이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방역 정책에 피해를 보거나 비대면 대응을 할 수 없는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29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9월 대비 올해 9월 등록사업자 수가 감소한 업종은 모두 19개였다.

이 중 소주방 같은 동네 선술집을 의미하는 간이주점 등록사업자 수는 지난 9월 1만1138건으로 2019년 9월(1만4916건)보다 3778건(-25.33%) 감소해 가장 큰 폭 줄었다. 맥주 등을 파는 호프전문점도 2년 새 3만3735건→2만7110건으로 줄며 19.64%(6625건) 감소했다. 이어 구내식당(-12.11%)·노래방(-8.38%)·PC방(-8.31%)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감소한 업종 대부분이 거주지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속칭  ‘동네 가게’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예식장(-24.6%)과 담배가게(-21.03%)도 4년 새 많이 감소했다.

통상 100대 생활업종 등록사업자 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줄지 않는다. 인구가 늘고 신도시 등이 계속 건설되면서 상권이 증가해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큰 폭으로 사업자 수가 줄었다면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히 주로 영세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동네 가게’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자금력과 방법이 부족해 더 피해가 컸다.

같은 소상공인이라 하더라도 피해 정도는 업종이 처한 상황과 대응 방법에 따라 달랐다. 특히 최근 등록사업자가 많이 감소한 업종은 주로 정부 방역 정책에 피해를 본 곳이었다. 간이주점·호프전문점·노래방이 대표적이다. 주로 ‘저녁 장사’를 하는 이들 업종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크게 피해를 봤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으로 기업과 학교에 입점한 구내식당도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많이 감소했다. 일부 영업 제한 조치는 받았지만, 주로 낮에 영업해 피해가 덜했던 커피음료점은 오히려 2019년과 비교해 35.34%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면 서비스업종 중심으로 같은 소상공인이라도 피해가 차별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정부 방역 정책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는 명확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방한 기업들 성과급 잔치-삼성전자 연봉의 49%, 배터리·조선도 기대감 커져

지난주 A그룹의 익명 온라인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계열사에서 기본급의 1000%까지 성과급이 지급된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계열사 직원까지 나서 “진짜냐” “부럽다”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실적 마감이 안 된 상태라 성과급은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말·연초에 집중되는 성과급 지급 시즌을 맞아 직장인들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주요 계열사 임직원에게 특별상여금(최대 기본급 200%)을 지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9일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OPI) 지급 기준을 밝혔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DS) 부문 임직원 6만여 명이 연봉의 44~49% 이상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사업부가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예상 OPI 지급률은 44~48%가 될 전망이다.

상당수 기업은 실적 결산을 거쳐 다음 달 초 정확한 성과급을 제시할 방침이다. 기대치는 개별 기업과 업황에 따라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어느 때보다 직원의 기대감이 높다. 전문 인력이 부족해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졌던 만큼 서로 경쟁사 움직임을 의식해 성과급 봉투를 ‘두껍게’ 책정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하지만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내년 초 발표까지 알 수 없다”며 “기대감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철강·통신 등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선방한 업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성과급 기대에 미리 행복한 고민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모님 TV를 바꿔드리고 싶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려는데 어떤 게 좋나”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반대로 ‘박탈감이 더 커졌다’고 호소하는 이도 많다. 일부 기업 샐러리맨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두둑한 성과급을 챙기는데 정작 자신의 주머니는 쪼그라들어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여행·호텔과 일부 유통업계 근무자들 사이에선 “성과급이 뭔가요”(E오프라인 유통업체 직원), “(성과급 대신) 우리사주도 괜찮다”(F중공업 직원) 등의 한탄·위안이 이어진다. 성과급 논의는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활발해졌다. 성과급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성과에 비해 액수가 적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대기업이 잇따라 성과급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과급이 인센티브로 작동하려면 ‘내가 뭘 어떻게 했을 때 받을 수 있다’는 지급 기준이 투명해야 한다”며 “그래야 구성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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