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불법사찰' 규탄하더니…"공수처 신생팀" 되레 감싼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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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월 28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통신자료 조회 등을 통해 기자 130여명을 포함해 언론·학계·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무차별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여권은 비판은커녕 공식 반응도 내지 않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통신조회가 드러날 땐 공격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수처를 감싸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이던 2016년 정보기관과 수사당국의 통신조회 논란이 불거지자 ‘불법 사찰’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5년전 이재명·민주당 “전방위적 사찰”…지금은 침묵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인 2016년 7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본인과 측근들의 휴대전화 번호 14개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2016년 4월부터 6월까지 총 51회에 걸쳐 통신자료(가입자 신상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조작·공작·감사·수사가 이어지고, 불법수단조차도 거리낌 없이 동원된다”라며 “이번 총선(2016년 4월 13일) 후 집중적인 통신자료 조회는 새발의 피일 뿐이고 국정원의 조작 사찰은 전혀 낯설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어항 속 금붕어임을 알고 있다”라고도 했다.

같은 해 3월 29일에는 이재경 당시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기자, 국회의원, 야당 당직자, 노동단체 실무자, 대학생, 세월호 유가족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은 통신자료 조회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내사과정에서 피내사자와 연락한 전화번호가 나와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이 대변인은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사람들은 서로 업무의 연관성이나 친분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국정원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불법적인 대국민사찰을 해왔음을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본연의 임무는 태만하게 하면서 정권의 보위를 위해 사사로이 국민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목적으로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했는지 낱낱이 밝힐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또 그해 3월 2일 테러 의심자의 통신·개인정보에 대한 국정원의 수집권한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 192시간여에 걸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하면서 “사찰 공화국으로 가는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반대하기도 했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박범계 “공수처는 신생, 부족한 점 격려가 우선” 감싸

이랬던 민주당은 최근 공수처의 사찰 논란에 대해선 특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공수처의 사찰 논란을 두고 “저 역시 일정 부분 실망감이 있다”라면서도 “축구팀으로 따지면 창단된 신생팀에 우승 트로피부터 가져오라는 요구라 과도하고, 기다려주셔야 한다”라고 감쌌다. 박 장관은 또 “공수처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한 20년간 검찰개혁의 상징이므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충해주고 격려가 우선”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사찰인지 불릴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판단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이런 것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공수처 등의 사찰 의혹에 대해선 침묵하고 오히려 감싸고 있다”라며 “야당 때 자신들이 했던 말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 정권의 내로남불이 어디 가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일각에선 “공수처의 사찰 논란이 문제는 맞지만, 다른 수사기관은 놔둔 채 공수처만 문제 삼는 건 부당하고 이는 정치적 공격이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공수처는 기존 기관들에 모범이 되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며 올해 1월 출범한 만큼 집중적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 스스로도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했다”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공수처가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본지 사회1팀 A기자를 포함한 기자 3명 이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착·발신 통화내역 등)까지 조회하면서 주부인 어머니 등 주변인의 통신자료까지 들여다본 정황이 드러나 심각성을 더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직접 요구할 수 있는 통신자료 조회와 달리 관할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공수처가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려운 점을 혜량해 달라”라는 말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해명을 피하고 있는 건 논란을 부채질한다.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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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전주혜에 “조회 안해” 허위 답변…알고보니 10월 조회

공수처는 거짓말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3일 공수처에 “본인에 대하여 통신자료를 요청하여 제공받았나”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내고 “조회한 사실이 없다”라는 답변서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공수처가 지난 10월 1일 전 의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전 의원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고발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기현 원내대표는 “공수처장을 당장 감방에 보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에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사람은 현재까지 기자만 131명(244건)인 것으로 집계된다. 여기에는 외신 기자 2명(4건)도 포함된다. 주로 비판적 보도를 이어온 매체(중앙일보·TV조선 등)에 집중됐다. 기자들의 가족과 국민의힘 의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집행부·회원 등을 합하면 233명(353건)에 이른다.

2016년 7월 13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페이스북 포스팅

〈부패즉사 청렴영생...이재명 옆에 있으면 벼락을 각오해야〉

정치란 전쟁의 축소판이고, 초과이익 누리며 지배하는 소수 기득권자와 기회를 잃은 다수 서민의 투쟁이다. 기득권자들은 권력 정보 언론 돈 조직을 장악한 채 서민들을 세뇌시키고 분열시켜 지배한다.

궁극적으로 사회는 화해와 포용 기조 위에 통합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피해 위에 소수의 초과이익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교정하고, 공정경쟁이 가능한 질서 위에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는 합리적 사회를 만들려면 강한 의지와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

나는 80년 5월 국가의 이름으로 죄 없는 국민을 집단학살하고 그 억울한 피해자들을 폭도로 몰아 두 번 죽이는 자들을 목도한 후, 가까이는 가족 멀게는 국민과 다음 세대를 위해 ‘인간의 나라’를 만들 책임을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 영달의 기회를 버린 채 길거리 변호사로 나섰고, 시민운동 과정에서 비타협적 투쟁의 결과로 구속 수배를 당하기도 했지만, 100만 도시 시장이 된 지금도 기득권을 위한 불합리와 부정의에 맞서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기득권 집단의 표적이 되는 건 당연했고, 그들은 조직과 수단을 총동원해 약점과 비리를 추적하고 공격하는 중이다. 눈엣가시 이재명 곁에 있는 가족 친지 측근은 ‘꿩 대신 닭’이다.

2012년 청와대의 ‘이재명 제거작전 보고서’(한국경제 보도)를 시작으로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 조작 공작 감사 수사가 이어지고, 불법수단조차도 거리낌 없이 동원된다. 이번 총선 후 집중적인 통신자료 조회는 새발의 피일 뿐이고 국정원의 조작 사찰은 전혀 낯설지 않다. 나는 어항 속 금붕어임을 알고 있다. 가족의 사적 욕망을 통제했다가 치명적인 가족 분란을 겪었고, ‘숨기려 하지 말고 하지를 말라’고 경고한 결과 많은 주변사람이 떠나갔다.

이재명 곁에선 고개 들면 즉시 저격이다.

이재명 곁에서 살아남는 길은 ‘청렴’ 방어망에 숨는 것이다. 방어막을 벗어나 저격수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기를 바란다면 바보다.

이재명 곁의 사람들은 성남시청 화장실의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

“부패즉사 청렴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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