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성윤 공소장' 엉뚱한 표적수사…되레 수사받을 처지 [공수처 언론사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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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중앙일보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공소 사실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관련 수사를 받던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 검사가 예정된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도록 수사 무마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법무부를 통해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관련한 공소 사실을 단독 보도한 본지 기사가 나오자 "공소장 불법 유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라하"고 지시했다. 박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합동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고검장의 공소장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관련한 공소 사실을 단독 보도한 본지 기사가 나오자 "공소장 불법 유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라하"고 지시했다. 박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합동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대검 감찰부·공수처, 희대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전방위 수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기사에 즉각 반응했다. 중앙일보의 당일 오후 4시 53분 단독 보도 8분 뒤부터 모든 언론이 조국 전 장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튿날 박 장관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공소장이 그대로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진상을 조사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당시 이성윤 수사팀 검사들이 언론에 공소장을 일부러 유출한 게 아니냐는 자신의 의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는 즉각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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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나섰다. 공수처는 같은 달 25일 이 건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사건 번호 ‘공제-4호’를 부여하고 수사3부(부장 최석규)에 배당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관련 고발을 한 지 8일 만이었다. 다른 고발 건과 견줘 광속으로 정식 수사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농단·사법농단·적폐청산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공소장 일부는 물론 전문이 공개된 적도 있었지만 소위 유출 수사에 착수한 건 이 고검장 공소장이 처음이다.

법조계는 물론 여당에서도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 자체는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출이라는 단어와 양립이 될 수 없는 것”(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대검 감찰부와 공수처가 전방위 표적 수사에 나선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대검, 7개월만 “유출 의심자 중 수사팀 소속 없다” 공개

하지만 감찰‧수사 결과는 박 장관의 의심과 어긋났다. 대검 감찰부는 현재 공식적인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출 의심자 중 당시 수사팀 소속 검사가 없다는 사실만 수원지검에 보낸 공문을 통해 확인했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 15일 수원지검에 “대검 감찰부가 공소장 유출 관련자일 개연성이 높다고 파악한 검사 22명 중에는 이 고검장 수사팀 검사는 포함돼 있지 않고 이 내용은 법무부에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이 고검장 수사팀의 결백을 확인해달라”는 수원지검의 요청에 대한 회신이었다. 수사팀 검사가 소위 언론 플레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소 사실을 흘렸을 거라는 추측은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감찰 결과는 정반대였다. 감찰부는 이미 5월 13일 오전 11시 30분 이전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공소 사실 워드파일 편집본이 사진 파일 형태로 유포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것이 형사사법시스템(킥스)에 업로드된 사본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당일 오전 킥스 공소장 사본 열람자 22명을 특정했고 이 중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측근에서 보좌한 참모였던 A검사장이 오전 7시경 킥스에서 공소장을 열람한 뒤 '복사해 붙이기(Ctrl+C)' 기능을 이용해 워드작업을 한 흔적인 임시파일(*.tmp)을 발견했다고 한다.

A검사장은 감찰부에 “킥스에서 공소장 내용이 잘 안 보여 글씨를 확대해서 보기 위한 목적일 뿐 유출과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고, 감찰부는 당시 A검사장의 이 고검장에 대한 보고 등 추가 유포 의혹에 대한 조사를 중단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5월 14일 대검 감찰부, 최근 공수처에 낸 의견서에 따르면 유포된 공소 사실 편집본은 검찰 고위 간부 사무실에 있는 ‘2018년 전국검사배치표’ 위에서 출력 문서를 촬영한 흔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최초 유포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성윤 측근 PC '임시파일' 발견…공수처, 수사팀만 표적 수사

공수처 역시 이 같은 감찰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표적 수사만 벌였다. 공수처는 이 고검장 수사팀 내 성명 불상 검사를 유력한 유출자로 의심하고 지난달 26일과 29일 대검찰청 서버 등에서 수사팀 전·현직 검사 7명의 메신저와 e메일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영장에 관련 보도를 한 본지 기자들의 실명을 적기도 했다. 결국 압수수색에서 수사팀은 킥스 열람 기록이 전혀 없는 등 유출 단서를 찾지 못했다.

대검 감찰부도 공식적으로 유출 용의자 중 수사팀은 없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공수처가 엉뚱한 이들을 압수수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히 본지 기자 등을 적시한 압수수색영장의 신뢰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영장에는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인 지난 3월 파견이 해제돼 원소속청으로 복귀했던 검사 2명까지 포함해 허위 영장 기재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실상 빈손 감찰과 수사를 주도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김진욱 공수처장은 되레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부장검사 천기홍)는 한동수 부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고발장을 낸 데 따른 조치다.

한 부장은 감찰 과정에서 이 고검장의 측근인 A검사장이 공소장을 열람하고 복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은 의혹을 받는다. 한 부장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진욱 처장에 대해선 법세련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각각 검찰과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 과정에서 언론인, 일반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데 대해서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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