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이성윤 공소장엔…조국 "이규원 유학 가니 수사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소 위기에 놓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소 위기에 놓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16페이지짜리 공소장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화로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수사 무마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원→이광철→조국→윤대진→이현철, #미국 연수 출국하게 수사 중단 연쇄 요구"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사 무마 요구에 관여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한다.

檢 “이규원 미국 연수 출국 문제 없게 해달라 요구”

지난 2019년 6월 미국 연수를 앞두고 있던 이규원 검사는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가짜 내사번호 등으로 공문서를 조작해 불법 출국 금지한 의혹으로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어 이광철 비서관은 이를 상급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전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라고 말했고, 조국 수석은 이 내용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대진 검찰국장은 연수원 25기 동기로 개인적 친분이 있던 이현철 안양지청장에 전화해 “김학의 긴급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인데 이규원 검사를 문제 삼아 수사하느냐”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출국에 문제없도록 해달라”고 말하며 조국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조국 "이 건 관련해 '압박'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

윤 전 국장과 이광철 비서관은 이미 각각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건과 관련하여 수사 ‘압박’을 가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실제 이 검사는 7월 초 미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영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청와대발 기획사정 중심에 있는 이규원 검사가 해외연수를 떠난다”며 대검찰청에 이 검사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윤대진 이첩 받은 공수처, 조국·박상기 겨눌까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경록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경록 기자

공소장에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무마와 관련된 정황도 담겨있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이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느냐”는 등의 강한 질책과 함께 그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윤 전 국장은 이현철 당시 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해 이규원 검사가 출국금지하도록 한 것인데, 왜 출국금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계속 수사하느냐. 장관이 나한테 엄청 화를 내서 내가 겨우 막았다”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도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안양지청에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A 서기관에 대한 조사경위서 제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성윤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안양지청의 출입국관리 공무원 조사와 관련하여 그 경위를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윤 전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은 다시 공수처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수석, 박 전 장관 등 핵심 ‘윗선’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윤대진 전 검찰국장에 대한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이를 공수처로 이첩한다고 돼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수처가 이름값을 하려면 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맡은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에 대해 엄정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