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16페이지짜리 공소장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화로 이규원 검사의 해외 연수를 언급하며 수사 무마를 요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원→이광철→조국→윤대진→이현철, #미국 연수 출국하게 수사 중단 연쇄 요구"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사 무마 요구에 관여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한다.
檢 “이규원 미국 연수 출국 문제 없게 해달라 요구”
지난 2019년 6월 미국 연수를 앞두고 있던 이규원 검사는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가짜 내사번호 등으로 공문서를 조작해 불법 출국 금지한 의혹으로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어 이광철 비서관은 이를 상급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전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라고 말했고, 조국 수석은 이 내용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대진 검찰국장은 연수원 25기 동기로 개인적 친분이 있던 이현철 안양지청장에 전화해 “김학의 긴급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인데 이규원 검사를 문제 삼아 수사하느냐”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출국에 문제없도록 해달라”고 말하며 조국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조국 "이 건 관련해 '압박'하거나 '지시'한 적 없다"
윤 전 국장과 이광철 비서관은 이미 각각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건과 관련하여 수사 ‘압박’을 가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이 검사는 7월 초 미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영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도 “청와대발 기획사정 중심에 있는 이규원 검사가 해외연수를 떠난다”며 대검찰청에 이 검사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윤대진 이첩 받은 공수처, 조국·박상기 겨눌까
공소장에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무마와 관련된 정황도 담겨있다고 한다. 박 전 장관이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느냐”는 등의 강한 질책과 함께 그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윤 전 국장은 이현철 당시 지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한다.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해 이규원 검사가 출국금지하도록 한 것인데, 왜 출국금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출입국본부 직원들을 계속 수사하느냐. 장관이 나한테 엄청 화를 내서 내가 겨우 막았다”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도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안양지청에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A 서기관에 대한 조사경위서 제출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성윤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안양지청의 출입국관리 공무원 조사와 관련하여 그 경위를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윤 전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공은 다시 공수처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수석, 박 전 장관 등 핵심 ‘윗선’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윤대진 전 검찰국장에 대한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이를 공수처로 이첩한다고 돼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수처가 이름값을 하려면 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맡은 조 전 수석과 박 전 장관에 대해 엄정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