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수처…'230명 사찰 의혹' 김진욱 고발장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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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비판 보도를 한 기자 130여명을 포함해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 등 230여명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이 검찰에 몰리고 있다. 공수처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고발장이 쌓이는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 처장의 언론·정치 사찰을 이유로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 이종배)는 28일 김진욱 공수처장과 성명불상의 공수처 관계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 공소장 내용을 최초 보도한 중앙일보 사회1팀 기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허가(통신영장)를 받아 통신내역을 사찰한 혐의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은 앞서 법세련이 지난 23일 TV조선 기자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영장 집행에 대해 같은 혐의로 김 처장 등을 대검에 고발한 사건은 이날 안양지청 형사3부에 배당했다. 법세련은 두 고발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수처의 논리대로라면 다수의 피의자와 연락하는 기자를 상대로 통신영장을 통해 취재원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며 “이는 언론자유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반(反)헌법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안양지청은 이미 법세련이 김 처장 등 공수처 관계자를 고발한 다수의 다른 사건들도 배당받아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월 TV조선이 보도한 공수처의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과 관련, 면담 조사 후 조서를 남기지 않은 점과 처장 관용차량을 제공한 데 대한 거짓 해명자료를 배포했단 의혹도 안양지청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후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공수처 송모 수사관 등이 뒷조사했다는 의혹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돼 안양지청에 계류 중이다.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이 밖에도 법세련이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로 전화통화를 하며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것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대검에 수사 의뢰한 사건도 지난 6일 안양지청에 배당됐다. 공수처가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건을 수사하면서 수원지검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수사팀이 아닌 검사 두 명을 포함해 허위정보를 기재했단 의혹도 법세련의 고발에 따라 지난 21일 안양지청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아직까진 공수처에 대해 소환조사를 포함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안양지청은 이성윤 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4차장검사로 보좌한 형진휘 지청장이 지휘하고 있다.

또 다른 시민단체가 검찰이나 야당 정치인을 상대로 고발한 사건은 공수처가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에 나서는 등 수사가 비교적 활발하다. 법세련과 대척점에 있는 친여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 김한메)은 공수처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고발 사주’ ▶판사사찰 문건 작성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부실수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모해위증 민원 수사방해 의혹과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고, 모두 공수처가 정식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 공수처 수사 대상자와 접촉한 적 없는 외국계 기업의 임원 A씨도 지난 10월 13일 공수처 수사3부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당한 것으로 추가로 확인됐다.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혹시나 싶어 통신조회를 했더니 공수처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한 걸로 나타나 무척 당황스럽다"며 “내가 공수처에서 하는 사건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고소·고발 등 송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영문을 모르겠다. 이런 게 민간인 사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28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외신기자 2명을 포함한 언론사 기자 131명, 야당 정치인 66명, 일반인 36명 등 233명이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공수처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을 수사하면서 무차별 통신조회를 했는지 해명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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