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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 호랑이굴에 나성 ‘범’ 들어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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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NC 다이노스에서 뛰다 23일 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한 나성범. [사진 KIA]

NC 다이노스에서 뛰다 23일 KIA 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원에 FA 계약한 나성범. [사진 KIA]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나성범(32)이 고향 광주로 향한다.

KIA 타이거즈는 ‘나성범과 계약 기간 6년, 계약금 60억원, 총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 등 총 150억원에 계약했다’고 23일 밝혔다.

총액 150억원은 2017년 1월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대호의 프로야구 역대 FA 최고액과 타이다. 당시 이대호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 신분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순수 KBO리그 경력 선수 중에선 이번 나성범 계약이 역대 최고액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 FA 시장이 개장할 때만 하더라도 나성범의 이적 가능성은 작았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의 창단 멤버이자 팀의 간판이었다.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여유 있는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재정 상황도 나성범의 잔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인 KIA가 나성범의 마음을 샀다.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는 ‘거포 외야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장정석 단장이 부임하자마자 FA 개장 첫날부터 NC의 홈 창원으로 내려가 나성범을 만났다. 첫 만남에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건네지 않고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공감대만 이뤘다. 이때까지도 나성범의 NC 잔류 가능성은 여전히 컸다.

그러나 NC와 FA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KIA는 빈틈을 파고들어 지난 7일 두 번째 만남에서 큰 틀에서 합의를 끌어냈다. 옵션을 비롯한 세부 사항은 이후 전화로 진행됐다.

NC가 지난 14일 FA 외야수 박건우와 6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하며 나성범의 KIA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나성범과 KIA는 2주 가까이 계약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KIA는 MLB에서 복귀한 에이스 양현종과의 FA 협상이 난항이었다. 자칫 나성범 계약만 먼저 발표했다가 “양현종에게 소홀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었다. 구단으로선 양현종과 나성범 계약을 동시 발표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해 계약 조건을 주고받았지만, 양현종 측에서 “서운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협상 분위기가 요동쳤다. “보장액보다 옵션이 더 크다” “옵션이 대부분 달성하기 어렵다”는 추측성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최종 협상으로 여겨졌던 22일 만남도 빈손으로 끝났다. 양현종은 대리인 없이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결론은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달라”였다.

KIA는 더 기다리지 않았다. 양현종과의 최종 협상이 끝난 지 17시간 만에 나성범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KIA가 외부 FA를 영입한 건 2016년 11월 최형우 이후 5년 만이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12인 나성범은 최근 두 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거포. 올 시즌 팀 홈런이 66개로 리그 최하위였던 KIA로선 타선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고 있다.

나성범은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신 KIA 타이거즈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팀과 선수단에 야구 그 이상으로 도움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며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주시고, 사랑해주셨던 NC 구단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NC 팬 여러분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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