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인 백악관 주인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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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정계의 '검은 샛별', 바락 오바마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의 한 사람으로 떠올랐다. 바락은 스와힐리어로 "축복 받았다"는 뜻. 자신의 이름대로 그는 이번 중간선거를 거치면서 가장 축복 받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솟아오른 것이다.

유일한 현역 흑인 연방 상원의원 (일리노이주)으로 이미 비상한 주목을 받아온 그는 이번에 자신의 선거가 없는 점을 활용, 미 전역을 누비며 맹렬한 지원 유세를 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록스타'로 비유할 정도로 오바마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수많은 군중이 그를 보러 몰려들었다. 성원에 부응하듯 그는 특유의 호소력 있는 연설로 민주당 후보들을 효과적으로 지원, 진가를 발휘했다.

자연히 미국의 모든 언론들은 그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견줄 수 있는 유력한 차기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그를 표지인물로 다루며 '오바마가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여론 조사에서도 그의 인기는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달 27~29일 실시된 미 '여론연구소 (ORC)' 조사 결과 오바마는 민주당 예상 대선후보 10명 가운데 힐러리 (28%)에 이어 둘째로 높은 지지율 (17%)을 기록했다. 존 케리 상원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을 제친 것이다.

더불어 세계 2위의 부자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과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등이 그의 대권 도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큰 꿈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8일 CNN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 내년 1월에 자신의 꿈을 알리겠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내게 불리한 것은 없었다"고 말해 야망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45세인 오바마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인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바마는 부모가 이혼, 외조모 밑에서 컸으며 컬럼비아대를 거쳐 하버드대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그 뒤 시카고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1996년 일리노이 주상원의원으로 정계에 투신했다.

그가 정계의 '샛별'로 부각된 것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였다. 연방 상원의원 도전을 앞두고 그는 이라크전을 비판하는 감성적인 기조연설을 해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뒤에도 그는 겸손하면서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가 워싱턴에서 귀향하는 도중, 항공사 측에서 좌석을 일등석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사양한 일화가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돼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그가 쓴 '대담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이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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