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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보유세 부담 일단 멈춤? “집부자 표 잃을까봐 시늉”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국민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도 보유세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계획대로 추진하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ㆍ건강보험료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시가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211220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0 임현동 기자

211220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0 임현동 기자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당은 정부에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정부는 제도별 영향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대선을 앞두고 1년 만에 ‘일단 멈춤’으로 돌아선 셈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이날 논의 내용을 보면 재산세ㆍ종부세 등 보유세는 주택의 가격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내년에 올해 공시가격을 쓰면 동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은 또 건강보험료ㆍ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의 기준점도 되므로 광범위한 효과를 낸다.

1주택 보유세 상한도 조정 검토  

다만 공시가 현실화라는 현 정부의 대의명분을 훼손하는 것이 문제다. 제도 시행 후 1년밖에 안 됐는데 이 제도를 건드리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선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쓰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올해 95%ㆍ내년 100%)을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여당이 이와 함께 요청한 보유세 상한제도 조정은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세 부담 상한선을 낮추자는 것이다. 만약 1가구 1주택 보유세 상한을 현행 150%에서 120%로 낮출 경우, 지난해 300만원을 낸 가구가 올해 내야 하는 세금의 상한선은 45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세 부담 상한 비율은 지방세법·종부세법에 규정돼있어 여당의 구상대로 이 비율을 조정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당정은 폐기했던 1주택 고령자 종부세 한시 납부 유예 조치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공시가격 상승과 종부세율 인상 등으로 종부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당장 소득이 없는 1주택 은퇴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당정에 따르면 납부 유예 대상이 될 수 있는 고령층 1세대 1주택자는 6만명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역시 재추진하려면 다시 종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 "공시가 현실화 유예는 어려워" 

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유예는 제도 시행 1년밖에 안 돼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건드릴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며 “다른 구체적인 세금 부담 완화 방안은 더 논의해서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난 표심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할 경우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눈치 보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조삼모사 땜질 처방”이라며 “(종부세 부과 전에) 예방조치를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 국민을 위하는 척하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어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은 19%포인트나 올라 이미 보유세 폭탄이 떨어진 상태”라며 “여론이 악화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인데, 그조차도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야당 "조삼모사 땜질", "표 얻겠다고 뒤집어"

정의당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한 이재명 후보를 향해 “집부자 표를 잃을까 봐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한다는 속셈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수석대변인은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폭등한 집값이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나 공시가격 제도 그 자체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현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을 선거 때 표를 더 얻어보겠다고 여당 후보가 나서서 뒤집게 되면 현 정부ㆍ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깊어질 따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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