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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약성 약물 제재…중국 밀매인엔 현상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재무부가 마약성 진통제의 불법 제조·유통에 관여한 중국 사람과 기업·단체 제재에 나섰다. 매년 수만 명의 미국인이 불법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글로벌 불법 마약 거래와 관련한 외국인 제재 행정 명령에 따라 중국 등 4개국의 개인 10명과 기업·단체 15곳 등 총 25곳에 제재를 가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불법 약물을 생산해 미국으로 유통했거나, 관련 활동에 관여한 혐의다. 재무부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은행 거래를 차단했다.

이번 제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국의 불법 의약품 유통 조직에 대한 단속을 쉽게 하는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많은 미국인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과 합성 진통·마취제인 오피오이드 등 불법 유통된 약물로 중독과 사망에 이르고 있다”며 “마약 밀수와 관련된 외국인이 누구이든, 왕족이나 카르텔과 연계되어 있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전원 제재하라”고 지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 행정명령은 합성 오피오이드와 전구체 화학물질을 미국에 들여오는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 네트워크를 붕괴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명단에는 중국 국적의 마약 밀거래업자 예촨파(68)와 상하이고속정밀화학·환하오생명공학·아툰무역·공추앙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 4곳이 포함됐다. 재무부는  예촨파에 500만 달러(약 59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예촨파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끌고 있다. 그는 펜타닐과 근육 증강제로 쓰이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미국으로 유통했고, 온라인으로 펜타닐 제조에 사용하는 전구체(원료 물질) 등을 주문받아 전 세계에 판매했다. 모두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는 약물로, 미국에서는 인터넷 등으로 불법 유통되며 공중보건 문제로 심화했다. 재무부는 그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 북부 검찰청은 2018년 9월  예촨파를 마약 범죄 관련 5가지 혐의로 연방 법원에 기소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그는 5년 동안 2억8000만 달러(약 3300억 원)어치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생산하고, 펜타닐 전구체를 소포로 전 세계에 유통했다. 검찰은 그가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예촨파 소유의 비트코인 230만 달러(약 27억 원)어치를 압수했다.

미 당국의 이번 조치는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미국인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간 마약·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역대 최다인 10만300명으로 추산됐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그 배경에 온라인 판매의 허점을 이용한 마약 불법 유통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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