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7개국 "北 인권, 안보리 '공개 논의'를"...'인권 공세' 가속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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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필두로 한 7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첫 대북 제재를 발표하며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저격한 지 5일만이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을 발표하는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유엔 웹 티비 캡쳐.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을 발표하는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유엔 웹 티비 캡쳐.

美 비롯해 7개국 "北 인권, 공개 토의 필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1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ㆍ영국ㆍ프랑스와 비상임이사국인 에스토니아ㆍ아일랜드ㆍ노르웨이, 또 이사국에 속하지 않은 일본 등 7개국을 대표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앞서 비공개로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 인권 관련 '공개 토의'(briefing in an open session)를 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와 달리 공개 회의는 전체 생중계되며 공식 기록으로도 남는다.

통상 안보리에서는 비확산이나 군축 등 안보 이슈를 논하고, 인권 문제는 유엔총회 3위원회 등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는데, 미국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 문제에 준할 정도로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인권과 관련해 독자 제재에 이어 안보리 차원의 공론화까지 나선 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외교에서 북한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지난 10일 북한 중앙검찰소와 이영길 국방상(전 사회안전상) 등을 제재했다.

실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정권의 지독한 인권 탄압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나 탄도미사일 만큼이나 국제 평화ㆍ안보를 불안하게 하며 유엔 안보리에서도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북한 인권 관련 공개 논의(open briefing)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실태와 평화ㆍ안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북한 체제 아래 수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안보리가 취할 조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 주유엔미국대표부 홈페이지 캡쳐.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 주유엔미국대표부 홈페이지 캡쳐.

4년간 멈춘 '北 인권' 안보리 공개 논의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공개 논의될 경우 이는 지난 2017년 12월 이후 4년여만이다.

2014년 북한 내 인권 침해를 '반인도 범죄'로 규정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왔고, 같은해 12월 안보리는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상정했다. 당시 열렸던 공개회의에서 오준 전 주유엔 한국 대사는 "한국인들에게 북한 주민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는 연설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해 화제가 됐다.

이후 2017년 12월까지 약 4년 동안 매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 인권 관련 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2018년 이후 끊겼다. 공개 회의를 열기 위한 이사국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통상 논의를 주도했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ㆍ미 관계를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한 거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에도 안보리는 북한 인권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비공개였다.

오 전 대사는 16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반인도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권한이 있으며, 매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며 "안보리가 공개 회의를 여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사국 9개국 동의 필요...韓도 참석 가능성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다루는 것을 반대해왔기 때문에 북한 인권을 공개 회의 의제로 채택하려면 투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절차 투표'에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고,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적어도 9개국이 동의하면 의제로 올릴 수 있다. 미국으로선 이날 성명에 이름을 올린 안보리 이사국 6개국(일본 제외)에 더해 최소 3개 이사국의 지지를 더 확보하면 된다.

유엔 안보리가 공개회의를 열기로 결정할 경우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관련국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북한 인권 문제의 직접적인 관련국으로 초청을 받을 경우 참석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 해당 성명은 미국이 주도했으며 함께 이름을 올린 영국도 정부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했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쳐.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 해당 성명은 미국이 주도했으며 함께 이름을 올린 영국도 정부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했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 캡쳐.

정치범 수용소 등 유린 실태도 거론

이날 성명에는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에 10만명 이상 가뒀으며, 수용자들은 고문, 강제노동, 즉결 처형, 굶주림,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성명 말미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전날 '조이'라는 이름의 탈북민을 만났다고도 밝혔다. 그는 "조이는 북한에서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풀을 끓여 먹었으며, 10대 때 조혼을 피하기 위해 탈출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이는 탈북 후 중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성 노예로 팔려갔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조이는 스스로를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예정

오는 1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 17일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겸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주년과 맞물려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유엔 총회에선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으며 올해도 채택 시 17년째다. 한국 정부는 2019년 이후 3년 연속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북한 인권과 관련해 소극적 대응을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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