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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건희 등판의 전제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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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뉴스가 14일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건희의 갑작스런, 부적절한 등장 때문입니다.

발단은 보도전문채널 YTN과의 인터뷰였습니다. 뉴스 제목은 ‘교수지원서에 허위경력, 수상경력도 거짓’입니다.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제출한 ‘교수초빙 지원서’가 거짓이라는 보도인데..눈길을 끈 것은 김건희와의 직접통화내용입니다.

2. 보도내용 자체는 이미 의혹이 제기돼 왔던 사안입니다.
YTN이 지원서를 입수했습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란 경력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수상이 거짓이란 주장입니다. 협회관계자는 ‘김건희를 알지못한다’고 했고, 페스티벌측은 ‘김명신(개명전 이름)이름 출품작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3. 김건희는 YTN과 30분간 인터뷰했습니다.
허위경력에 대해선 ‘믿거나 말거나..기억이 안난다’고 했습니다. 수상기록에 대해선 ‘돋보이려고 한 욕심..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가 불편했나 봅니다. 김건희는 ‘학교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며 ‘당시엔 공인도 아니고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왜 결혼전의 일을 뒤지느냐’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4. 김건희는 13일 진보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도 인터뷰했습니다.

‘내가 쥴리였으면 다 삐져나온다..(술집에)웨이터가 얼마나 많은가..(쥴리 아니라는 것) 다 증명할 것이다..나는 쥴리와 전혀 관계없다. 이상한 사람 아니다. ’

오마이뉴스는 김건희 인터뷰(13일)를 ‘쥴리 만남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 인터뷰(10일)와 같이 게재했습니다.

5. 짧지만 강렬한 건 동영상입니다. 연예인 추적동영상으로 알려진 ‘더팩트’가 13일 찍은 김건희 모습을 14일 올렸습니다.

김건희 사무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김건희는 얼굴을 가리고, 경호원이 김건희 목을 잡고 머리를 숙여 사무실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10여초에 불과한 영상인데..마치 중범죄자(?)가 황급히 도망치는 것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6. 여러모로 부적절합니다.
대선후보 부인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말과 행동이 정제돼 있지 못합니다. 윤석열은‘(아내가)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양해를 구하지만..유권자들은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보지 않습니다.

7. 근본적으로 생각이 정리되어있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3가지 차원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첫째, 수사나 재판중인 범죄의혹은 유죄판결이 나올 경우 상응한 벌을 받으면 됩니다. 기다리면 됩니다.
둘째, 지원서 경력위조 의혹처럼‘돋보이려는 욕심’에서 부풀렸다면 사과해야 합니다. 문서위조는 사실이라고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은 불가능합니다. 도덕적 잘못이라도 정직하게 인정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셋째, 쥴리는 그야말로 사생활영역입니다. ‘애초에 없던 일’이라면..‘부존재의 증명’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억울하더라도 당당해야 합니다.

8. 대통령후보 부인이 얼굴 가리고 숨어다닐 수는 없습니다.

언론의 취재는 후보 부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반영이며, 후보검증의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이 후보부인의 의무입니다. 억울한 마음, 어수선한 생각, 거친 말을 정리하는 것이 좋은 등판의 전제조건입니다.

준비됐을 때가 등판 타이밍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