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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의 TK순례기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 열린 청암 박태준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박태준 선생에 대한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2021.12.13/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 열린 청암 박태준 10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박태준 선생에 대한 추모사를 전하고 있다. 2021.12.13/뉴스1

1.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부터 13일까지 대구경북(TK) 순회일정을 마쳤습니다.
보수본산 TK를 공략하는 전략은 ‘보수 포용’이었습니다. 구체적 전술은 ‘박정희 전두환’재평가였습니다. 나름 조심스럽게 여러 전제를 깔고 재평가했지만 논란이 만만찮습니다.

2.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당연히 박정희 전 대통령입니다.
일정부터 박정희를 의식했습니다. 10일 대구에서 시작된 일정은 11일 박정희가 만든 구미 금오공대를 거쳐 13일 포스코(포항제철)가 있는 포항으로 이어졌습니다. 박정희의 지시로 포철을 건설한 박태준 전 회장의 10주기 행사에 맞췄습니다.

3. 이재명은‘공과가 병존한다’고 전제하면서 여러차례 박정희를 재평가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의 성과를 냈다. 물론 인권탄압 등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대구)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취하고, 이를 통해 새 산업을 대대적으로 창출해내야 새 일자리가 생긴다.’(구미)

4. 박정희 재평가 부분에 대해선 별 논란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 삼저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게 맞다..그러나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반복돼선 안될 중대범죄다.’(칠곡)

5. 후폭풍이 이어졌습니다.
과거 윤석열의 ‘전두환 정치 잘했다’발언과 비교됐습니다. 당시 윤석열도 ‘5ㆍ18과 쿠데타는 잘못 했지만..’이란 전제를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사과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의 페북글(윤석열이 하면 나쁜 전두환 찬양, 이재명이 하면 좋은 전두환 찬양)이 전형적 비판입니다.

6. 진영 차원에서 보자면 내부 비판이 더 아플 겁니다.
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은 페북글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결과지상주의에 너무 함몰된 것이다. 지역주의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신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학살자의 공과를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도 없다. 전두환 경제는 노동자의 고혈경제다..내가 증인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상정은 전두환 시절 구로공단에 위장취업한 노동자였습니다.

7. 가장 아픈 대목은 이재명 본인의 모순된 발언일 겁니다.
이재명은 윤석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살인ㆍ강도범도 살인ㆍ강도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는가’라며 공격했었습니다.
그랬던 이재명이 자신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선 다른 논리로 반박했습니다.
‘우리 편이면 다 옳고 상대진영이면 다 그르다, 오로지 흑 아니면 백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된다..일부만 똑 떼서 정치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8. 이재명의 말이 다 일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기준이 들쭉날쭉이란 점입니다. 자신과 남에 다른 기준을 들이대고, 상황에 따라 말이 자주 바뀝니다.
진보성향 한겨레신문도 답답한가 봅니다. 12일자 사설제목입니다.
‘전두환 경제는 성과..이재명, 지향하는 가치가 뭔가?’
〈칼럼니스트〉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