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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경험 우선” 사업부 이름도 바꿨는데…가격인상 딜레마 빠진 ‘갤S2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내년 초에 선보일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를 놓고 ‘가격 인상 딜레마’에 빠졌다. 부품 가격이 올라 생산원가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고가를 인상할 수도, 사양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부품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서 성능을 올리자니 출고가가 높아지고, 성능을 유지하거나 낮추자니 소비자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S22와 S22 플러스 모델 렌더링 이미지. 전작인 S21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사진 렛츠고디지털]

갤럭시 S22와 S22 플러스 모델 렌더링 이미지. 전작인 S21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사진 렛츠고디지털]

26년 만의 사업부 개명 후 첫 플래그십 

여기에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기존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26년 만에 MX(모바일 경험) 사업부로 변경했다.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철학을 투영시킴으로써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다각화하는 고객 니즈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내년 2월에 출시 예정인 갤S22는 개편 이후 출시된 첫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변화한 전략이 반영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플래그십 모델에서조차 마른 수건도 짜내는 식의 원가 절감 전략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무선사업부 매출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나 늘었다. 스마트폰이 덜 팔리는데도 원가 절감 등으로 영업이익은 늘어난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량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량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갤S21 ‘원가 절감’했다가 저조한 성적표

대표적인 예가 올 초 출시된 갤S21 시리즈다. 갤S21 기본 모델에는 후면 커버에 글래스가 아닌 플라스틱이 적용됐다. 역대 S시리즈 중 처음으로, 고급형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또 갤S21울트라를 제외한 모델(갤S21·S21플러스)에서 해상도(FHD)가 전작(QHD) 대비 떨어졌다. 램 역시 기본·플러스 모델의 경우 12GB에서 8GB로, 울트라 모델의 경우 16GB에서 12GB로 하향됐다. 이 밖에 SD카드 슬롯, 헤드폰 잭, 충전기 등이 제외됐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고, 갤S21은 올해 상반기 1350만 대 판매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

삼성 갤럭시 S21 시리즈 제품 사진. 갤S22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전작과 디자인상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삼성 갤럭시 S21 시리즈 제품 사진. 갤S22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은 전작과 디자인상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갤S22는 흥행을 위해 성능은 높이면서 가격은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 제품인 아이폰13 시리즈(9월 출시)의 경우 AP 성능과 배터리·카메라 기능 등을 향상하면서도 가격을 전작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갤S22는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한 ‘엑시노스 2200’가 탑재돼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4나노미터 공정 과정에서의 수율 문제가 남아있다”며 “여기에 부품의 원가와 물류비가 상승함에 따라 제품의 평균 판매 단가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갤S22에서도 ‘급 나누기’ ‘성능 몰아주기’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본 모델에선 가격 경쟁력을, 고사양 모델에선 성능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10일(현지시간) 갤S22는 출시 가격이 799달러(약 94만원), S22플러스 1049달러(약 124만원), S22울트라(또는 노트) 1299달러(약 154만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갤21 대비 기본 모델은 가격을 전작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플러스 모델은 50달러, 울트라 모델은 100달러 인상한 수준이다.

“갤S22 울트라 이름, 갤노트22 될 수도”

이렇게 되면 디자인·성능 면에서 기기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렛츠고디지털이 공개한 갤S22의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일반과 플러스 모델은 전작과 디자인상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갤S22 울트라 모델에선 카메라 섬이 없어지면서 물방울 모양 카메라가 채택됐다. 또 울트라 모델에만 측면 디자인에 곡면 화면(엣지)이 적용되고, S펜을 내부에 탑재한 모습이다. 이 때문에 폰아레나는 “최근 일각의 소문은 삼성전자가 갤S22울트라를 죽이고 갤노트22를 출시함으로써 반전을 끌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 렌더링 이미지. 갤S22 울트라 모델은 일반ㆍ플러스 모델과는 달리 물방울 모양 카메라에 '엣지' 디자인을 적용하고 'S펜'을 탑재한 모습이다. [사진 렛츠고디지털]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 렌더링 이미지. 갤S22 울트라 모델은 일반ㆍ플러스 모델과는 달리 물방울 모양 카메라에 '엣지' 디자인을 적용하고 'S펜'을 탑재한 모습이다. [사진 렛츠고디지털]

결국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스마트폰 판매율을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원가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내년 3억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3억 4000만 대까지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갤S22가 갤노트 매니어층을 흡수하는 한편 내년 하반기 폴더블폰의 흥행, 중저가폰인 A시리즈 5G 모델 확대 등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고조라는 ‘물량 효과’를 통해 부품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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