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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스마트폰 통합, 왜…삼성의 숨겨진 인사 코드 ‘MDE’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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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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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임모(41)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갤럭시Z 폴드3를 열고 ‘기상 모드’부터 누른다. 그러면 어둡게 닫혀 있던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집안 곳곳의 전등이 켜진다. TV 화면이 켜진 뒤 날씨 정보를 보여준다.

임씨의 이런 일상은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인 ‘MDE’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MDE(Multi Device Experience)란 여러 개의 기기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해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삼성전자 내부의 프로젝트다.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는 이 같은 MDE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소비자가전(CE) 부문과 IT·모바일(IM) 부문을 세트 부문으로 통합했다. 또 CE 부문에서 TV 사업을 총괄하던 한종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세트 부문장을 맡겼다. 한종희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2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이때 한 부회장이 거론할 핵심 주제 중 하나가 ‘MDE’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MDE’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MDE’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합 리더십 체제를 출범함으로써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 경험 중심의 차별화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 통합과 한 부회장 선임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선 “기존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한 것보다 세트 부문을 통합한 것이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세트 부문 통합은 ‘필연’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한종희 부회장과 이재승·노태문 사장은 수시로 회의를 열고 협업을 이어왔다. 한 부회장(당시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를, 이 사장은 소비자가전, 노 사장은 무선 사업을 담당했다. TV와 가전·스마트폰을 지휘하는 사장 세 사람이 MDE를 실현할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셈이다. 이들이 ‘3인방 회의’를 만든 건 전자기기 간의 연결성과 생태계(에코시스템)가 점차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제품을 아우르는 전략을 구상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나뉘어 각자의 제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IoT·AI 등 제품을 넘나드는 큰 그림과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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