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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늦은 수사…석달간 '꼬리'만 잘랐다, 8000억 이익 대장동 [2021 리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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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월 7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뉴스1

10월 7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뉴스1

검찰과 경찰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검·경이 늑장 수사에 나선 데다 약 3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 역시 ‘꼬리’만 잘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 8월 말 의혹 제기…檢 한 달 만인 9월 말 수사 착수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검경 수사 타임라인. 그래픽 디자인=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검경 수사 타임라인. 그래픽 디자인=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

대장동 의혹은 지난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은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 제목의 칼럼을 통해 처음 폭로됐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설계한 민·관합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천화동인 주주들이 배당이익 4040억원과 아파트 시행이익 4500억원 등 8000억대 개발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특혜 의혹)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50억원씩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50억 클럽)도 불거졌다.

그러나 검찰은 한 달 뒤인 9월 28일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을 꾸리고 이튿날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가 내부고발성 녹취 파일 19개를 제출한 덕분이었다.

수사 착수 16일 이후에야 성남시청 ‘뒷북’ 압수수색

검찰은 사업 입안자이자 인허가 관청인 성남시청은 열엿새 만인 10월 15일에야 뒤늦게 압수수색했다. 이마저 시장실과 비서실은 성남시청에 진입한 지 6일 뒤인 10월 21일 압수수색했다.

통상 수사의 공식과 반대로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부터 서둘렀다.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수사 착수 이틀 만에 체포한 뒤 10월 3일 구속했고, 김만배(56·구속기소) 화천대유 대주주에 대해 10월 14일 1차 구속영장을 기각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성남시장실 압수수색 날인 10월 21일 유동규 전 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11월 1일 ‘651억원+α’ 상당의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후 11월 4일 화천대유 김씨와 남욱(48·구속기소) 천화동인 4호 소유주를 구속하고 11월 22일 재판에 넘겼다. 같은 날 정영학 회계사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50억 클럽’으로 불린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지연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상도 전 의원을 포함해 6명의 명단을 폭로했다. 김씨로부터 청탁 대가로 50억원을 받았거나 추후 받기로 약속했다고 거론된 인사들이다.

검찰은 50여일이 지난 11월 26일과 27일 곽상도(62) 전 의원과 권순일(62) 전 대법관, 박영수(69) 전 특별검사, 홍선근(62) 머니투데이미디어그룹 회장을 비공개 소환했다. 나머지 2명은 수사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12월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임현동 기자

12월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임현동 기자

야권 정치인 곽상도 ‘50억 클럽’ 의혹은 신속 수사

검찰은 ‘문재인 저격수’로 불려온 곽 전 의원에 대해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아들 병채씨가 지난 4월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50억원에 대해 아버지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고 10월에 이미 추징보전 처분을 했다.

하지만 뇌물의 대가성 입증이 여의치 않자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컨소시엄 무산을 막는 데 도움을 줬다며 특정경제범죄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11월 4일 기각 당했다.

경찰은 4월 FIU ‘화천대유 수상한 자금흐름’ 통보받고 뭉개

경찰도 늑장 수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은 올해 4월 일찌감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십억원대 수상한 자금 흐름 관련 첩보를 넘겨받고선 뭉개고 있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때 첩보를 넘겨준 심사분석실장이 검찰 파견 A부장검사(당시 부부장검사)였다는 점에서 “검찰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는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 수사팀은 현재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40억원 뇌물수수 의혹 등 성남시의회 대상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검·경의 늑장·부실 수사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에 따른 ‘여권 눈치보기’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선 올해 초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수사 대상자 신분·혐의별로 수사기관을 인위적으로 나눠 대장동에서 혼선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예전 같았으면 검찰이 의혹 제기 직후 바로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텐데 세 기관이 서로 눈치를 보다 시간이 지연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의 경우 친여 성향의 검사들이 주도한 탓에 수사 의지가 없는 데다가 특별수사 경험이 적어 수사능력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사 도중 기강해이 논란도 불거졌다. 11월 4일 화천대유 김씨 등을 구속한 날 밤 수사팀은 2차에 걸쳐 불법으로 ‘쪼개기’ 회식을 하다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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