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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기 죽음이 불지핀 특검론..."대선까진 수사 못 끝낸다"

중앙일보

입력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영장 청구 이튿날인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대장동 특별검사 도입론’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민간사업자들과 유동규(52) 전 기획본부장을 재판에 넘기는 등 검찰 수사가 실무자급만 맴돌다 비극적 사태를 초래한 만큼 윗선 의혹을 규명하려면 특검은 필수라는 논리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당장 특검을 하자”고 나섰다.

하지만 여야는 여전히 유불리에 따른 레토릭(‘말’)만 앞세우고 있고 “특검을 출범해도 대선 전 수사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현실론도 강한 상황이다.

이재명·윤석열 "당장 특검하자"…여야, 협의 일정도 안 잡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찾아 한 음식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찾아 한 음식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유한기 전 본부장의 사망 소식에 여야 대선 주자들이 먼저 “당장 특검을 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성역 없이 수사하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본인의 혐의가 드러난 부분을 빼고 (특검을) 하자는 엉뚱한 주장을 해 문제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윤 후보 탓을 했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날 “말장난 그만하고 바로 (특검에) 들어가자”고 맞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등을 다 포함해서 하자고 말한 게 언제냐”며 “할 거면 180석을 가진 당에서 빨리 야당하고 특검법 협상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가 “다행히 전부 특검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강원 속초시 대포어촌계 어업인복지회관에서 열린 강원도 살리는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강원 속초시 대포어촌계 어업인복지회관에서 열린 강원도 살리는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국회에선 '대장동 특검법'이 상임위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9월 발의한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지만 여당은“여야가 합의안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거부해 무산됐다. 여야 원내대표간 특검법 협의 일정도 잡지 않았다.

與 상설특검 vs. 野 특검법 신설…특검 추천권 놓고 맞서  

이제라도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특검 도입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대장동 특검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상설특검법에 따라 국회(본회의) 또는 법무부장관이 특검을 발동하면 된다.

특검법 신설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 107명이 지난 9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측이 요구한 윤석열 후보 관련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추가하면 쉽게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여야는 하지만 특검을 누구로 할지 추천권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안에서 180석 여권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4배수 후보 추천권을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주도록 설계했다.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국회 교섭단체 협의로 2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현주 세월호 특별검사가 5월 13일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현주 세월호 특별검사가 5월 13일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현판식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도입하자고 맞서고 있다. 상설특검법상 7인의 특검추천위원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등 당연직 3명 외에 나머지 4명을 국회가 정하게 돼있어 여권이 원하는 후보를 추천·임명할 수 있는 구조다. 역대 13차례 특검 중 지난 8월 종료된 세월호 이현주 특검이 유일한 상설특검이었다.

특검 추천 합의해도…2월에야 수사 착수, 대선까지 못 끝내

여야가 특검 추천에 극적으로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문제다.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남은 날은 약 90일. 통상 특검 준비 절차에만 후보 추천(2주), 수사팀 구성 20일 등이 소요된다. 과거에도 특검법 통과 후 출범까지 40일은 잡아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특검이 53일, 국정농단 특검 37일, 드루킹 불법 포털 댓글 조작 특검이 44일 걸렸다. 이번 경우에도 지금 당장 특검법이 통과해도 내년 1월 중순 이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특검 수사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특검을 뽑고 수사팀 꾸리면 1월이 지나가고, 2월부터 관계자 소환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대선 전에 결론을 내긴 힘들다”라고 말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 2018.06[연합뉴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 2018.06[연합뉴스]

상설특검법을 활용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세월호 특검 땐 추천위원회 나머지 위원 4명을 정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후 추천(5일), 대통령 임명(3일), 수사 준비(20일)까지 약 한 달은 필요하다. 수사 기간은 통상 60일(30일 연장 가능)이 주어지는데, 역시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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