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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멜론은행도 한국 사업 축소…외국 금융사 한국 탈출 잇따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계 금융사의 '코리아 엑소더스(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에 나선 가운데 뉴욕멜론은행도 한국에서 사업을 일부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22차 위원회를 열고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외국은행이 국내 지점을 폐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뉴욕멜론은행은 1784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세계 최대의 수탁은행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 35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한국에는 1988년 서울 지점을 설립해 일반 자금 및 사업자금 대출 영업 등을 해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 전주에도 사무소가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욕멜론은행 서울 지점의 신탁 업무가 폐지됐다”며 “기업 수신 기능은 남아 있어 완전히 문을 닫거나 철수한다는 건 아니지만 기능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멜론은행 측은 “신탁 사업 종료는 핵심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전략적 결정”이라며 “투자자문, 증권서비스 등의 대 고객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는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0월부터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 철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씨티그룹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자를 찾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씨티은행은 신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도 마무리한 상태다. 전체 직원 3250명 중 70%에 해당하는 2300여명이 퇴직 의사를 밝혀 퇴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서 캐나다 노바스코셔 은행도 지난 10월 서울 지점을 폐쇄했다. 노바스코셔 은행은 1978년 서울 지점을 설치했다. 노바스코셔 은행은 북미와 남미 등에 영업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대만과 두바이 등 아시아권에서 철수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한국씨티은행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해외 금융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는 수익성 악화와 정부의 규제 등이 꼽힌다. 지난해 2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과 외국계 금융사들 간의 간담회에서도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은 ▶규제체계의 불확실성 ▶주 52시간 근무 등을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정보 보호 등을 내세운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와 노동 시장의 유연성 부재 그리고 적지 않은 세금 부담 등으로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을 꺼리고 사업을 줄이거나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중심지 사업 관련 예산도 쪼그라들고 있다. 금융위는 국회에 내년도 금융중심지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9.4%(2억6200만원) 줄어든 10억9200만원으로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국제금융의 중심지뿐 아니라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금융위는 금융중심지 추진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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