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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3000억→6조원…퇴직연금이 4년간 쓸어담은 이 상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97)

참 많은 시간을 돌아 퇴직연금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퇴직연금 참여자의 노력보다는 불행한 환경변화가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와연금센터에서 제시한 ‘코로나 19가 가져온 퇴직연금 시장의 5가지 변화’ 중 본 글에서는 ETF(상장지수펀드)와 TDF(타깃데이트펀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TF는 특정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지만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일반 펀드가 매매 의사를 표현한 시점과 실제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점 간의 날자 차이가 발생하는데 ETF는 그런 것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투자하면서도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 골고루 분산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보다 안전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기계적으로 지수를 모방하기 때문에 보수가 낮은 저비용 구조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투자의 편의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어 퇴직연금계좌의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투자 편의성과 다양성이 높은 ETF는 이미 해외에서 퇴직연금 계좌의 투자 대상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 pixabay]

투자 편의성과 다양성이 높은 ETF는 이미 해외에서 퇴직연금 계좌의 투자 대상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 pixabay]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지나치게 기울어 있고, 실적배당형이라도 ETF에 주목하는 가입자는 많지 않다. 아래 [그림1]에서 보듯이 최근에 가까울수록 ETF의 성장은 괄목할 만 하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가 2019~2020년 사이 4배(2000억→8000억 원), 2020~2021년 사이엔 약 1.6배(8000억→1조3000억 원)로 늘었다. 이는 전체 ETF가 2019~2020년 사이는 정체(52조→53조원)됐고, 2020~2021년 사이 약 1.2배(53조→64조 원) 증가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즉,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가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는 ETF의 장점인 저렴한 보수를 통한 장기운용과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투명한 운용구조, 주식처럼 거래되는 실시간 매매 방식이 가입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연금계좌에서의 ETF 투자는 코로나 19사태가 터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코로나 19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주식 투자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퇴직연금계좌는 직접 투자는 금지되고 간접 투자만 가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1] ETF 투자 현황.

[그림1] ETF 투자 현황.

ETF는 상장된 펀드로 주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거래된다. 당연히 증권사에 내는 위탁수수료가 발생한다. 따라서 빈번한 거래를 하게 되면 거래 비용이 증가하여 저렴한 보수의 장점이 상쇄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TDF(Target Date Fund)는 생애 주기별로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펀드를 말하는 것이다. TDF는 2030, 2040, 2050 등 예상 은퇴 연도를 미리 설정해 두고 연도별 비중을 미리 설정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활강 경로)’에 따라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한다. 위험자산 비중이 점차 줄어들게끔 자산 배분이 조정된다는 의미로 마치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투자자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금융 자산을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최적이라는 포트폴리오 이론이 TDF 설계의 기초가 되었다. TDF의 핵심적인 장점은 가입자가 큰 신경 쓰지 않아도 자산 배분을 자동으로 해주고 장기투자를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투자 지식이 낮은 가입자에게 알맞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TDF의 Glide Path(활강 경로)의 예.

[그림2] TDF의 Glide Path(활강 경로)의 예.

TDF는 최근 수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여, 2021년 3분기 현재 총 시장 규모는 7조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그림3]과 같이 퇴직연금에 투자된 TDF 규모는 2017년 3036억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 3분기 6조1000억 원으로 단기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TDF의 퇴직연금 투자 비중은 2017년 45%에서 2021년 3분기 현재 85%까지 상승했다.

[그림3] TDF 시장 규모 및 퇴직연금 투자액 추이. (순자산 기준)

[그림3] TDF 시장 규모 및 퇴직연금 투자액 추이. (순자산 기준)

특히 퇴직연금에서 투자한 TDF의 목표 시점별 투자성과를 보면 장기(3년 이상)와 1년 기준 평균 모두에서 안정적인 운용 수익률을 보여 고무적인 결과를 보인다.

[그림4] 퇴직연금 TDF의 목표시점별 운용 수익률. (2021년 3분기말 기준)

[그림4] 퇴직연금 TDF의 목표시점별 운용 수익률. (2021년 3분기말 기준)

하지만 TDF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왜 5년이나 10년 단위로 나누어져 있는가’이다. 2038년, 2042년에 은퇴하고 싶은 투자자에 맞춰 자산운용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TDF는 그에 대한 고려가 적다. 둘째, 개인 특성 변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개인의 재산 정도, 소득 수준, 위험 태도 등 많은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채 활강 경로만 추종하도록 해 가입자가 처한 환경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셋째.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산을 배분할 때 시장 환경, 즉 갑자기 생긴 코로나 팬더믹과 같은 사태를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식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한다면 TDF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주가가 폭락한다 해도 무조건 장기 투자로 버티는 방식이 과연 옳은가는 TDF의 속성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다. 환경변화에 따라 즉각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도 유연하게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미리 정해둔 자산 비중만을 좇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코로나 19 이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나타난 ETF와 TDF의 증가는 상당히 고무적으로 불 수 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 특유의 가입자들에 대한 직접투자 제한으로 ETF가 선택됨으로써 분산투자와 합리적 보수 추구와 수익률 제고를 가능케 하고 TDF는 가입자들의 투자지식을 자동으로 보완하면서 위험을 줄여주고 투자 위험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세상일에 아이러니가 참 많지만, 비록 코로나 19라는 불행 속에서도 퇴직연금시장에서 ETF나 TDF의 증가는 그래도 퇴직연금 자산운용에서 희망을 품어 볼 단편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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