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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증권사 IRP로 머니무브…코로나가 퇴직연금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96)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요 모든 일을 만사지복(萬事之福)으로 여기란 말이 있다. 이 두 말의 공통점은 지금 어려워도 나중에 다 좋게 될 수 있다는 이치로 우리에게 힘을 주거나 위안이 되기도 한다. 온 세계를 나락으로 몰고 가는 코로나19지만 적어도 퇴직연금은 희망적이라는 해석이 있어 흥미를 끈다.

돈이 안정을 지향하는 은행·보험 업권에서 수익을 지향하는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퇴직연금제가 제 자리를 찾아간다는 희망이 보인다. [사진 pxfuel]

돈이 안정을 지향하는 은행·보험 업권에서 수익을 지향하는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퇴직연금제가 제 자리를 찾아간다는 희망이 보인다. [사진 pxfuel]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와연금센터에서는 ‘코로나 19가 가져온 퇴직연금 시장의 5가지 변화’를 정리하면서 퇴직연금의 바람직한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제도별 수익률과 운용 추이 변화를 살피고자 한다. 다음 글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핵심인 ETF와 TDF의 분석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퇴직연금 시장변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퇴직연금 운용은 ‘실적배당형 자산배분 관점으로 진일보하는 질적 성장’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이 내용이 과연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의 변화인지 객관적인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아 선후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퇴직연금제의 핵심 키워드인 투자와 관련해 바람직한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17년이 됐어도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양적 성장 중심의 마케팅을 펴는 바람에 퇴직연금의 연금화나 수익률의 증가라는 질적 성장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퇴직연금 연금화를 촉진하기 위해 적립금의 수익률 향상을 꾀해야 하는데도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의 자산운용에 매달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 1~2년간 다양한 투자 상품의 편입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그림1] 참조). 특히 IRP(개인형퇴직연금)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그림1] 퇴직연금별 실적배당상품 편입비중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그림1] 퇴직연금별 실적배당상품 편입비중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보고서가 파악한 최근 1년 제도별 수익률과 운용 추이 변화는 DC(확정기여)형과 IRP는 5%대였으나, DB(확정급여)형은 2% 미만이었고, 증권업권은 9.7%였으나, 다른 업권은 3%대로 나타났다. 그 배경은 실적배당형 상품이 비교적 많은 DC와 IRP이 국내외 주식 강세장과 실적배당상품 편입비중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표1] 퇴직연금별 1년 평균 수익률. (2015년 말~2021년 2분기 말) [자료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미포함

[표1] 퇴직연금별 1년 평균 수익률. (2015년 말~2021년 2분기 말) [자료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미포함

위의 [표1]를 보면 IRP의 경우 2017년 7월 직역연금 가입자를 중심으로 소득 있는 전 국민으로 가입이 늘어났다. 이들은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로 자산운용을 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증시 상승의 수혜를 입어 수익률이 급격히 올라갔다. DC 수익률의 증가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DB는 여전히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운용되면서 수익률이 저조했다.

또 DC형과 IRP는 실적배당형 자산운용에서 경쟁력이 있는 증권업권의 적립금이 올해 6월 말 전년 대비 19%, 30% 증가했다. 특히 IRP 계좌로 2020년 7조10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5조7000억원의 뭉칫돈이 순유입됐다.

[표2]에서 보듯이 IRP는 펀드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아 투자로 자금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DC형 및 IRP의 펀드 투자 비중은 2021년 2분기 현재 19.8%, 30.7%에 달한다. 3%에 불과한 DB형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표2] 퇴직연금별 펀드(집합투자증권) 투자 비중 추이.

[표2] 퇴직연금별 펀드(집합투자증권) 투자 비중 추이.

[표3]의 금융업권별 IRP 펀드 투자 비중을 보면 증권사는 45.3%에 달하는 반면 은행 27.4%, 보험사 7.7%를 압도하고 있다.

 [표3] 금융업권별 IRP* 펀드(집합투자증권) 투자 비중 추이.

[표3] 금융업권별 IRP* 펀드(집합투자증권) 투자 비중 추이.

결국 코로나19의 영향이라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IRP의 적립금 증가와 실적배당형 중심의 운용, 수익률 상승이 뚜렷해졌고, 업권별로는 증권사의 약진이 두드려졌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적립금 무브가 안정을 지향하는 은행·보험권에서 수익을 지향하는 증권사로 이동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수익률의 부침은 당연히 나타나겠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적립금 무브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퇴직연금의 적립금 증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 당연한 귀착점이 된다. 불행한 코로나 재앙이 있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퇴직연금제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희망가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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