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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전유물이라고요? 숙취해소로 MZ 사로잡은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삼양사의 상쾌환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주 디지털마케팅팀 부장. [사진 삼양사]

삼양사의 상쾌환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주 디지털마케팅팀 부장. [사진 삼양사]

평범한 직딩들의 특별한 직장 이야기, '잡썰'(Job說)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 왔다. 지난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모임 제한이 잠깐 풀렸을 때 편의점에서 매출이 껑충 뛴 게 숙취해소 제품이었다. 사실 숙취해소 제품이 직장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됐지만 20대 시장이 형성된 건 불과 몇 년 안 됐다. 삼양사의 ‘상쾌환’은 2013년 20~35세를 주 타깃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20대는 숙취해소 제품을 안 먹을 것’이란 고정 관념을 깨면서다.

[잡썰39] 삼양사 이현주 디지털마케팅팀 부장

삼양사의 이현주(41) 디지털마케팅팀 부장은 상쾌환 출시 때부터 8년째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출시 때만 해도 타사 주요 제품이 숙취해소 제품 시장의 80% 정도 차지하고 있었다. 상쾌환은 8년이 지난 현재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을 2위까지 끌어올렸다.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양사 식품바이오연구소에서 만난 이 부장은 “숙취해소 제품 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우선 회사가 음료가 아닌 환 형태로 상쾌환을 내놨다”며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환 형태의 숙취해소 제품을 어떻게 알리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일단 제품이 소비자와 만나려면 편의점에 입점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마다 음료가 아닌 환 제품을 누가 먹겠느냐며 거절했다. 이 부장은 “영업 담당과 6개월을 수도권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껌·캔디 진열대에 들어갔다”며 “그래도 판매가 신통치 않아 계산대 옆에 진열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떠올렸다. 상쾌환 포장 자체가 작고 냉장이 필요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서서히 판매량이 늘었다. 하지만 출시 1년 넘게 매출이 부진하자 회사 내부에선 “상쾌환을 접자”는 얘기가 나왔다. 거의 포기하고 있었을 때 상쾌환에 애정을 갖고 있던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파격적인 마케팅 예산을 책정해 힘을 실어줬다.

이 부장은 본격적으로 상쾌환이 젊고 트렌디한 숙취해소 제품이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주력했다. 기존 타사 제품은 중년 남성을 광고 모델로 썼던 것과 달리 20대 여성 아이돌이었던 걸스데이 혜리(이혜리)를 모델로 내세웠다.

혜리가 출연했던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상쾌환 인지도가 올라갔다. 20~30대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며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이 부장은 주말을 반납한 채 대학가 축제를 비롯해 음악 페스티벌 등 각종 행사를 찾아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했다.

그는 “20대는 건강해서 숙취해소 제품을 안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술을 즐겨 마시는 연령대”라며 “20~30대를 위한 숙취해소 제품이란 콘셉트가 젊은 고객에게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춰 구매 부담을 줄인 것도 주효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와 간편한 휴대성 덕에 상쾌환은 이제 장년층의 구매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가맹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숙취해소 제품이 상쾌환이다.

삼양사는 2015년 상쾌환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왼쪽부터 디지털마케팅팀의 조성춘 차장, 이현주 부장과 노진수 연구개발부장. [사진 삼양사]

삼양사는 2015년 상쾌환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왼쪽부터 디지털마케팅팀의 조성춘 차장, 이현주 부장과 노진수 연구개발부장. [사진 삼양사]

숙취해소 제품 마케팅 담당으로 고충이 있다. 상쾌환이 20~30대 숙취해소 시장을 개척하면서 식품회사·제약사 등에서 비슷한 신제품 출시가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타사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했다.

이 부장은 “동일한 조건에서 마시는 게 중요해 각 제품을 먹은 후, 소주 한 병을 과자 안주로만 해서 가급적 한 시간 안에 마신다”고 했다. 섭취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우리 제품과 어떤 점이 다른지 등을 본다고 한다.

상쾌환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이 부장의 일이다. 그는 “주기적으로 소비자 의견을 조사해보니, 상쾌환을 구매하지 않는 이유의 대부분이 환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맛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전했다.

이는 2019년 ‘상쾌환 스틱형 망고 맛’ 출시로 이어졌다. 상쾌환 스틱형은 젤리 형태다. 이 부장은 “MZ(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고객인 만큼 이들이 원하는 맛과 스타일을 만족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스틱형은 맛이 강점인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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