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임원 자리 올랐다, 꽃값만 한해 5억 쓰는 남자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23:34

업데이트 2021.12.04 13:20

[잡썰38회] 조용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디자인 총괄 이사

꽃값으로만 한해 5억원을 쓰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이하 드림타워)의 조용기(40) 디자인 총괄 이사. 조 이사는 국내 단일 호텔 중 최대 규모(1600객실)를 자랑하는 드림타워의 디자인을 총괄한다. 로비의 꽃장식부터 객실 내부의 장식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1일 기자와 만난 그는 자신의 업무에 대해 “한 마디로 30만3737㎡(약 9만2000평)에 달하는 드림타워의 공간 전부를 꼼꼼히 디자인하고 꾸미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드림타워 내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전 세계 1000여개의 하얏트 호텔 체인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조용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디자인 총괄 이사. 리조트 1층 로비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직접 꾸미고 있다. 특수 처리된 수국과 1만개의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사용해 연출했다. [사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조용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디자인 총괄 이사. 리조트 1층 로비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직접 꾸미고 있다. 특수 처리된 수국과 1만개의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사용해 연출했다. [사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장동건·고소영 결혼식 꽃장식에도 참여

대규모 복합 리조트의 디자인을 총괄하지만, 그는 플로리스트(Florist)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군 제대 후 예식장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우연히 호텔 플로리스트 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6년 호텔신라에 합류, 그곳에서 7년 넘게 일했다. 한해 200여 건의 결혼식과 각종 행사를 치렀다. “금요일에 출근하면 월요일에 퇴근할 정도로 주말도 없이 일했던 시절”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스타 플로리스트인 제프 레섬(Jeff Leatham)과도 이때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연예인인 장동건ㆍ고소영 커플 결혼식 꽃장식에도 참여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마모도 심했다. 재충전을 위해 호텔신라를 나와 무작정 배낭여행을 떠났다. ‘꽃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를 목표로 1년 9개월여 동안 네덜란드와 프랑스, 페루 등 40개국을 돌았다. 그렇게 각 나라의 문화와 디자인, 그리고 꽃에 대해 배웠다. 그러다 제프 레섬의 소개로 마카오의 초대형 복합리조트인 윈 팰리스에서 플로랄 디렉터(Floral Director)로 3년 넘게 일했다. ‘꽃에 대한 실력’을 인정받은 덕이다. 드림타워에 합류한 건 지난 2019년 6월의 일이다.

호텔 소속 플로리스트 중 유일한 임원  

조용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디자인 총괄 이사가 작업 중인 모습. 드림타워 내 스튜디오에서 기초 작업이 이뤄진다. [사진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조용기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디자인 총괄 이사가 작업 중인 모습. 드림타워 내 스튜디오에서 기초 작업이 이뤄진다. [사진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그는 호텔업계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임원’인 플로리스트다. 국내 호텔업계에는 약 100여 명의 플로리스트가 일하고 있다. 관리자인 만큼 그는 19명의 직원과 함께 일한다. 이중 플로리스트는 11명.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흐름이 있는 디자인'이다. 조 이사는 “로비와 식당가, 객실까지 일관된 맥락이 있는 디자인으로 채우고 싶다"고 했다. 임원이지만, 호텔의 얼굴인 로비 장식은 그가 직접 한다. 조 이사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특수 가공 처리된 금색의 수국과 1만개의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로비를 꾸몄다.

꽃 구하러 2년 동안 서울행 비행기 200번 타 

계절에 맞게 드림타워 전체의 디자인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그 역시 ‘창작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는 “다음 디자인은 어떻게 할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며 “수시로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어떤 식으로든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드림타워가 제주에 있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라는 장점 못지않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마음에 드는 꽃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전국의 꽃이 제주가 아닌 큰 수요처가 있는 서울로 모이기 때문이다. 조 이사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꽃을 사기 위해 200번 정도 서울에 갔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솜씨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드림타워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국내 최대인 1600개 객실과 14개 레스토랑과 바 등을 갖췄다. 높이는 169m로 제주도 내 최고층 건물이다. [사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드림타워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국내 최대인 1600개 객실과 14개 레스토랑과 바 등을 갖췄다. 높이는 169m로 제주도 내 최고층 건물이다. [사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꽃으로 시작해, 거대한 복합 리조트의 공간 전체를 꾸미는 일을 맡다 보니 나름의 ‘직업병’도 생겼다. 여러 가지 장식이나 세세한 글자의 폰트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일종의 강박은 숙명으로 여긴다. 그는 “신라호텔에서 일할 때는 꽃장식을 위해 핀셋까지 사용하면서 세밀한 작업을 했었다”며 웃었다.

플로리스트로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조 이사는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아직 꽃을 데코레이팅(장식)이 아닌 단점을 가리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며 "드림타워부터라도 꽃을 포함한 디자인이 단점을 가리는 게 아닌 모던한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는 물론 유럽의 명문 호텔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을 채우는 일. 그게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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