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똥귀저기 찾아 냉동보관" 그렇게 만든 음료 1억개 팔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3 08:00

업데이트 2021.11.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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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hy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이 12일 hy 중앙연구소에서 균주를 배양 중인 접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hy]

김주연 hy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이 12일 hy 중앙연구소에서 균주를 배양 중인 접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hy]

hy(구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의 김주연(41)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은 매일 0.1㎜ 이하의 미생물과 씨름하며 유익균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몸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고, 자연·음식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발효음식 등에 있는 유산균처럼 우리 몸에 이로운 유익균을 찾는 게 주요 업무다.

[잡썰35]김주연 hy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

12일 김 책임연구원이 근무 중인 경기도 용인시 hy 중앙연구소를 찾았다. 프로바이오틱스팀 연구실 책상엔 균주가 자라고 있는 배양접시가 한가득이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발굴하는 게 우리 일과”라며 “연구원들이 전국 시장을 돌며 된장·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에서 균주를 추출하기도 하고, 건강한 성인이나 신생아의 분변에서도 균주를 추출해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한 신생아의 분변은 유익균이 많을 가능성이 커 예전에는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의 첫 똥귀저기를 수거하는 게 유산균 연구원의 중요 임무였다고 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젠 그렇게는 못하고, 지인 등 주변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기저귀를 받아 냉동보관 후 나중에 실험에 쓰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유산균을 통상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르는데, 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갈수록 세분화되는 추세다. hy만해도 윌을 시작으로, 쿠퍼스, MPRO3(엠프로쓰리) 등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음료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2년 전 출시된 MPRO3는 김 책임연구원이 프로바이오틱스 발굴부터 임상시험, 상품화까지 4년을 매달려 특히 애착이 가는 제품. 출시 2년 만에 1억 개가 팔리며 hy에서도 윌 이후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왼쪽부터 윌, 쿠퍼스, MPRO3 제품. [사진 hy]

왼쪽부터 윌, 쿠퍼스, MPRO3 제품. [사진 hy]

김 책임연구원은 “윌·쿠퍼스·MPRO3 모두 장 건강을 기초로 한 제품인데 윌은 위, 쿠퍼스는 간 기능에도 효과가 있는 부재료가 들어갔다”며 “MPRO3는 철저히 장 건강에만 집중해 만들어보자는 기획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hy가 보유한 4800여종 균주 중 특허받은 유산균 3종(HY2782·HY7712·HY8002)을 혼합해 장 건강에 특화된 복합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발굴했다. 이어 대장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유익균이 늘며 장 회복을 돕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hy는 MPRO3 연구결과를 SCI급 국제 학술지(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MPRO3의 M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총합)을, PRO3는 hy의 프로바이오틱스 3종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는 프로바이오틱스란 의미에서 프로젝트명을 지었다”며 “이게 그대로 제품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MPRO3가 나온 후 친구 등 주변에서 “효과를 봤다”고 연락해올 때 ‘괜찮은 제품을 내놨구나’ 싶어 뿌듯했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변비로 고생하는 한 친구가 15년 만에 정상변을 봤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김주연 hy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이 hy 중앙연구소에 냉동보관 중인 균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hy]

김주연 hy 프로바이오틱스팀 책임연구원이 hy 중앙연구소에 냉동보관 중인 균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hy]

그는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건강뿐 아니라 트리거(연쇄작용)가 돼 다른 면역·대사 등에 영향을 주는 연구들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다. 문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어떤 기제로 인체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을 발굴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과학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특허 및 논문으로 쓰는데도 공을 들인다”며 “이 과정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잘 됐을 때 제품 성공에서 나아가 국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뿌듯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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