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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한기(전 성남도개공 본부장) 죽음 부른 대장동 사건, 특검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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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34면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씨가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유씨가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사진은 경찰이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쳐놓고 조사하는 장면.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씨가 1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유씨가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사진은 경찰이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쳐놓고 조사하는 장면.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풀 키맨 극단적 선택…의혹 밝혀야

이준석 “설계자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일…”  

특검 도입 말만 말고 즉각 도입해 정의 세우길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아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작년부터 포천도시공사 사장으로 일해온 유씨는 검찰이 9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대장동 사건의 의혹을 풀 키맨의 한명으로 지목돼왔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몸통을 둘러싼 의혹과 특검 도입 필요성이 동시에 커졌다

유씨는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오는 14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유씨는 공사의 실질적 1인자라서 ‘유원’으로 불린 유동규(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뜻의 ‘유투’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특히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를 압박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유씨는 유동규씨와 ‘정 실장(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했다. 또 “시장님(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라는 말도 했다. 유씨는 성남시 윗선과의 연결 고리였고, 황 전 사장의 중도 사퇴는 대장동 사업을 ‘그분’ 마음대로 설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다. 그러나 녹취록에 정진상 실장 지시라는 내용이 수차례 등장하지만, 검찰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다. 사퇴강요 건은 공소시효가 내년 2월 끝난다. 이러니 유씨 사망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거 아니겠냐”며 이 후보를 겨냥할 만하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도 “대장동 ‘그분’은 놓아둔 채 꼬리자르기를 한 수사, 주연은 못 본 척하고 조연들만 죄를 묻는 주객전도의 부실 수사가 문제였을 뿐”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그동안 대장동 수사는 길을 잃고 표류해왔다. 초기 압수수색 때는 성남시장실과 비서실만 쏙 빼놓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서야 나가는 시늉을 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 의혹 1호로 청구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부실 수사, 맹탕 수사였다는 얘기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 박영수 전 특검의 로비 의혹 수사도 몇 달째 겉돌고 있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밝힐 유력한 연결고리인 유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한다.  유씨의 죽음으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거나 비리 의혹이 덮여선 안 된다.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긴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공히 수사능력과 의지 면에서 검찰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입장인만큼 특검만이 답이다. 이재명 후보는 유씨 사망 직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 측도 “특검을 위해 구차한 물타기를 반복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겉으로는 특검을 외치지만 속내는 다르다. 지난달 말 대장동 특검법이 민주당의 반대로 상정 안건에서 아예 빠진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몇 사람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특검 도입 쇼’를 멈추고 즉각 특검을 출범시켜 지체된 정의를 바로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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