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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누구 알지? 걔 대박쳤대”이말에 평상심 잃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08)

2020년 3월부터 코로나 위기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작년 3월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3000만 개를 돌파했고, 계속 증가해 2021년 12월 2일 현재 5486만 개에 달했습니다. 투자자 수는 조금 다르겠지만 계좌를 가지고 판단하면 45%가 2020년 3월 이후에 개설되었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시장을 보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 대부분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은 당연하다고, 우량 주식을 선택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수익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고 들었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미국의 거대 성장 기업들이 보여주는 주가 상승은 그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고 2020년 한국 시장은 멋진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었습니다. 삼성전자에 장기투자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상승, 2차 전지 기업에 대한 기대는 많은 투자자에게 장밋빛 전망을 갖게 했습니다.

상승만 있는 시장은 없다. 지금은 어떤 시장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 pixabay]

상승만 있는 시장은 없다. 지금은 어떤 시장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진 pixabay]

하지만 2021년 대한민국의 주식 시장은 주린이들을 당황하게 하고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10만 전자’를 외치던 삼성전자는 ‘6만 전자’, ‘7만 전자’를 왔다 갔다 합니다. 3000을 뚫고 3300까지 솟아오르던 주가지수는 2800 에서 2900까지 왔다 갔다 합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출연까지 더해져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유지되던 주식 예탁금이 줄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한국 주식 시장을 떠난 돈은 미국 주식 시장으로, 금리인상 소식에 예금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자자로서 저도 참 고민되는 시점입니다.

투자는 마라톤입니다. 100m 달리기처럼 뛰어서는 안 됩니다. 단기적으로 승부를 걸려고 하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마라톤 완주를 통해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마라톤에 적합한 전략과 주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마라톤을 생각하면서 주식 투자의 지혜를 찾아봅시다.

첫째, 마라톤 코스를 돌아보면서 코스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때로는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길게 이어지는 평지도 있습니다. 코스를 분석하고 난 후 어떻게 뛰어야 할지, 어떻게 속도 조절을 해야 할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경주에 뛰어들기 전에 그런 고민을 한 사람과 뛰어가면서 고민을 해결하는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뛰고 있는 코스가 어떤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동학 개미든,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든, 개별 주식 투자를 하는 투자자이든, ETF나 펀드 투자를 하는 사람이든 내가 투자하려는 시장이 어떤 모습을 과거에 보여 왔는지, 성장하다가 멈춘 후 어떤 흐름을 보여주었는지 역사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의 모습과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소비하고 있고, 어떤 기업의 성장이 예상되는지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세계에서 한국 시장이 가장 많이 성장한 해이고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사상 많은 기록을 경신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그런 시장을 기대하는 것은 내리막길을 뛰던 마라토너가 계속 뛰기 쉬운 정도의 내리막만 있는 편한 코스를 가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동학 개미들의 멘토 박세익 대표는 고객에게 “연평균 15%의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도 20%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근 주식 전문가들과 답답한 시장 상황에 대해 분석하면서 ‘원래 주식 시장은 그런 거예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상승만 있는 시장은 없다는 것이죠. 쉬어가는 것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전략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마라톤 투자를 하려면 자기에게 맞는 속도와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트렌드를 살피고 변화를 주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달려나가는 주위 모습에 둔감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마라톤 투자를 하려면 자기에게 맞는 속도와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트렌드를 살피고 변화를 주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달려나가는 주위 모습에 둔감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두 번째,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는 페이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골인 지점까지 가는 과정에서 코스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속도를 좀 줄여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속도를 좀 높여야 합니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적절하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계속 뛰어야 합니다. 자신감으로 지나치게 속도를 높여서도 안 되고 뛰어나가야 할 지점에서는 속도를 높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경기 회복으로 금리 인상이 예고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과 빚투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신의 투자 체력을 점검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투자할 때 개인적인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투자자금 관리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빚투’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상승기가 마무리되고 장기전에 들어갈 때는 나의 체력, 나의 투자자금 규모와 운용이 아주 중요합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금리가 올라가고 시장이 횡보할 때는, 그리고 시장이 하락할 때는 대출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금이 필요할 때 손실이 커지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 상황이 나의 자금 체력을 점검하고 속도 조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세 번째, 다른 선수들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합니다. 마라톤에서 실패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내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버리는 것입니다. 자기에게 맞는 속도가 있고 그 페이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옆에 사람이 나보다 빨리 가면 화가 나게 되고 부러워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고 이기고 싶어지게 됩니다. 또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되고, 무리하면 완주에 실패하게 되거나 막판에 급격하게 체력이 저하되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이 결정한 수익률을 적절하게 낼 수 있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인이 개별종목 단기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얻었다는 소식, 코인으로 대박 난 투자자가 꼬마빌딩을 샀다는 소식, 메타버스·NFT 등 새로운 트렌드에 투자해서 대박이 났다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이런 소식들에 평상심을 잃어버리면 실수를 하게 됩니다. 기존의 전략을 포기하고 나에게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 전략을 선택하면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트렌드를 살피고 변화를 주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때로 주위의 이런 모습에 둔감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1년이 마무리되고 2022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2년 주식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상승할 수도 있고 하락할 수도 있고 횡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지만 알 수 없습니다. 많은 공부와 고민, 그리고 상담을 통해 내가 뛸 코스와 나의 체력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마라톤 투자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완주입니다. 경기장을 벗어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경기를 지속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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