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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사치의 기쁨 누리며 후유증 남기지 않는 소비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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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07)

중국 광군제, 미국 추수감사절, 그리고 이어지는 성탄절 시즌까지 연말연시는 소비의 계절입니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상품을 할인가로 저렴하게 소비할 기회가 주어지는 소비의 계절이 끝나고 나면 많은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산 것 때문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또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후회하기도 합니다. 위드코로나 시대, ‘보복소비’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위해 소비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소비는 생각보다 자주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후유증을 남기곤 합니다.

한정된 돈을 얼마나 지혜롭게 쓰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좌우된다. 특히 계획적인 사치는 후유증 없는 소비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사진 pxhere]

한정된 돈을 얼마나 지혜롭게 쓰느냐에 따라 행복도가 좌우된다. 특히 계획적인 사치는 후유증 없는 소비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사진 pxhere]

가능하면 후유증을 줄이고 행복을 키우는 방법이 없을까요? 소비 시즌에 가능하면 행복하게,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소비 방법을 알아보기로 합시다. 심리학의 주장과 실험들을 살펴보면서 ‘행복을 키우는 지혜로운 소비’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소유보다 경험

많은 심리학자는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보다는 ‘경험’을 사라고 말합니다.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의 저자 저우신위에는 컬럼비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책에서 소개합니다. 실험은 79명 학생을 두 조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한 조는 100달러가 넘는 경험을 소비한 것을 떠올리게 하고 한 조는 백 달러 넘는 물건을 산 소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질문합니다.

“그 소비 후 얼마나 더 행복해졌습니까?”

“그 소비가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누군가와 여행을 했거나 좋은 만남을 가진 것을 생각해 보고, 무언가 괜찮은 물건을 산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경험과 소유 중 어떤 것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했나요? 실험에 참여한 학생 중 물건을 산 경험을 떠올린 학생들보다 경험적 소비를 떠올린 학생들이 훨씬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나요? 이런 심리학 실험결과는 아주 많으니까요. 그런데 소유보다 경험적 소비가 행복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해진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면, 비교의 대상인 물건을 구매하기보단 향유의 대상인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진 piqsels]

여행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해진다.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면, 비교의 대상인 물건을 구매하기보단 향유의 대상인 경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진 piqsels]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물건은 비교의 대상이지만 경험은 향유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샀을 때의 경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무디어지고, 더 좋고 더 비싼 물건과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 욕심을 불러일으켜 행복도를 낮춥니다. 하지만 여행 경험이나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중하게 여겨지고 그 자체로 유일하고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를 샀을 때의 기쁨은 친구가 더 좋은 차를 타고 왔을 때 사라지지만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만든 추억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떠올릴 때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소비를 통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를 위한 소비보다 남을 위한 소비

행복을 키우는 소비, 두 번째 방법은 남에게 돈을 쓰라는 것입니다. 엉뚱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공자님 말씀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남을 위해 소비하면 자신을 위해 소비할 때보다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합니다.

마이클 노턴 교수의 TED 강의, ‘돈으로 행복을 사는 법’을 보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소개됩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각각 5달러 혹은 20달러와 함께 실험 당일 오후 5시 전까지 자기 자신에게 쓰거나 남을 위해 쓰라는 메모를 받습니다. 참가자들은 돈을 쓰고 난 후 각자 느끼는 행복의 정도를 말했는데, 결과는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간다에서도, 학생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이런 실험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었습니다.

남을 위한 소비는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선물으로부터 오는 성취감, 존재감 등이 행복도를 증진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남을 위한 소비는 타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선물으로부터 오는 성취감, 존재감 등이 행복도를 증진하는 것이다. [사진 pxhere]

왜 우리는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것일까요? 이 역시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두 가지만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 남을 위한 소비는 타인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때문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우리의 행복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행복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부와 건강, 명예보다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다른 사람과의 건강한 관계가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남을 위해 돈을 쓸 때 느끼는 정신적 만족감 때문입니다. 남을 도왔다는 성취감, 누군가에도 도움을 주었다는 기쁨,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는 존재감 등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노턴 교수는 돈의 액수, 구체적인 사용 방법에 상관없이 나를 위한 소비보다 남을 위한 소비가 행복도를 증진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큰 금액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엄청나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적은 돈이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행복을 키우는 소비입니다.

계획적인 사치

행복을 키우는 지혜로운 소비, 세 번째 방법은 계획적인 사치입니다. 우리는 쇼핑을 하거나 무언가 소비를 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비싸고 과한 소비라서 흔히 ‘사치’라고 느껴지는 경험이나 소비일 때 그 행복도는 더 증가합니다. 문제는 그 소비가 끝나고 난 다음에 소비를 통해 누렸던 행복이 완전히 박살 낼 만큼 큰 후유증이 있다는 것이죠.

사치가 선사하는 기쁨도 누리고 후유증도 없는 소비 방법이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계획적인 사치입니다.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사고 싶은 물건이나 경험을 정확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한 사치를 실행하기 위해 매월 저축을 하는 것입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 저축 목표가 달성되면 그 돈을 아주 신나게 쓰면 됩니다. 평소에 가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도 있고 쉽게 떠나기 힘든 여행일 수도 있습니다. 선물하고 싶은 명품 가방 일 수도 있고 취미활동을 위해 필요한 자전거, 골프채, 악기 등 고가의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경험이든 물건이든 사치를 소비할 때 대책 없이 카드로 결제하면 그 뒤에 고통이 따릅니다. 하지만 계획적인 사치는 후유증을 남기지 않습니다.

계획적인 소비를 위해 돈을 모아 나가는 과정부터 행복합니다.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에 대한 상상은 설렘을 동반한 행복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주 고급스러운 식사 한 끼를 함께 했을 때의 즐거움, 평소보다 조금 더 럭셔리한 여행을 하고 난 후의 추억, 부담스러웠던 물건을 선물한 기쁨 등은 행복을 더 배가시킵니다. 그리고 또다시 ‘행복을 위한 사치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치 이후에 후유증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생 돈을 쓰고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죠. 우리에게 주어진 돈을 얼마나 지혜롭게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행복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심리학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소유보다는 경험, 나보다는 남을 위한 소비,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 계획적인 사치, 이 세 가지 방법을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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